▲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정재원 기자]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4월 국회 강행 처리를 공식화한 가운데 현직 부장검사가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해 "내 목을 쳐라까진 아니어도 입장 표명은 해야하지 않느냐"라며 8일 입방 표명을 촉구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제2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소위 검찰개혁에 관한 총장님, 고검장님들 입장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과거 검찰 직접 수사의 확대와 그 과정에서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세력의 입김을 (검찰) 선배들이 단호히 거부하지 못한 모습을 직접 목도했기에 2017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종전의 (검찰 수사) 운영 방식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어느 누구보다 강했다”며 “하지만 지난 수년간 진행돼 온 소위 ‘검찰개혁’은 정치세력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숙련된 외과의사와 같은 솜씨로 필요한 수사를 해내는 그런 검찰을 만들 수 있는 개혁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수년간 지방과 수도권에서 형사부장으로 근무해오면서 소위 ‘검찰개혁’의 결과로 산출된 현 제도의 운영에 관여하게 됐다”며 “사기를 당해서 고소를 해도 검경을 오가면서 (사건이) 1~2년씩 경과되고 그 과정에서 증거가 산일되고, 여러명의 사기단을 동시에 고소해도 사건이 쪼개져서 실체 발견이 요원해지는 현실을 가슴 아프게 지켜봤다”고 했다. 이어 “(여권의 검찰개혁 이후)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고, (경찰 수사) 담당자가 경험이 많지 않을 경우가 빈번한 상황에서 노련한 사기꾼들의 속임수를 밝혀내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검사는 “소위 ‘검찰개혁’ 관련해, 현 (김오수 검찰)총장께서는 (과거) 법무차관으로 제도 설계에 직접 관여하신 분이고, 고검장과 검사장들 중 다수는 옆에서 함께 도우신 분들”이라며 “일개 부장검사급인 과장이 분을 토하며 글을 올릴 지경까지 돼도 총장님, 고검장님, (구자현 법무부) 검찰국장님 등 그 직을 담당하시는 분들은 조용조용 어디서 뭘 하시는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했다. 
 
또 이 부장검사는 “‘내 목을 쳐라’고 일갈하시던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못하겠다만, (김오수 총장이 검수완박에 대한) 소극적인 의사표현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아니면 차라리 검수완박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입장을 표명하고 검찰 구성원들을 설득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니면 차라리 검수완박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입장을 표명하시고 검찰 구성원들을 설득이라도 해주시던가요"아며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가면서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고 비웃으실 때는 언제이고 바람이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시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이 부장의 글은 이날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 이프로스에 올린 고백 글에 대한 답글이다. 권 과장은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이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사보임하면서 국회 내 검수완박 검찰개혁 입법은 속도가 붙게 된 사실을 구성원들에게 알렸다. 
 
권 과장은 이프로스를 통해 "(어제) 퇴근 무렵에 법사위원 사보임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미 공수처법, 탄소중립법, 사립학교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비슷한 현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전조정위가 무력화됐던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보임은 그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개국 이래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과, 우리 검찰 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실무자로서 죄스러울 따름"이라며 "검찰구성원 모두 관심을 갖고 저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한다"고 구성원들에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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