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 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소희 기자]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씨가 사건 발생 2년10여개월 만에 모두 구속된 가운데 이들이 약 4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조력 의심자가 최소 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인천지검은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전날 구속한 이 씨·조 씨의 지인 등 4명을 조력 의심자로 보고 수사선상에 올렸다.
 
조력 의심자 중 2명은 검찰의 공개수배 이후인 이달 초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도 외곽에 있는 한 숙박업소에 함께 간 남녀다. 이들 중 여성은 이 씨의 친구다.
 
나머지 2명은 해당 숙박업소에서 이 씨가 결제한 신용카드의 명의자와 은신처로 사용된 오피스텔의 월세 계약자다.
 
또 사건 당일 이 씨의 남편이자 피해자인 윤모(사망 당시 29세)씨는 절벽에서 이 씨의 강요를 이기지 못해 다이빙을 한 것으로 검경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 등은 이 씨와 조 씨가 윤 씨를 여행에 데려가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사건 당일인 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구조요원이 없는 틈을 타 절벽에서 다이빙을 하라고 윤 씨를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사망보험금 8억 원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씨가 다이빙을 한 절벽의 높이는 4m, 수심은 3m로 파악됐다. 
 
당시 이 씨는 여행에 함께 한 다른 남성 일행들에게 “한 번씩 물속에 다이빙하라”고 제안했으나, 윤 씨는 이 제안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범인 조 씨가 절벽에서 물 속으로 뛰어 들었고, 이때 이 씨는 윤 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씨는 지난 2019년 1월 조현수 씨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로 “이 씨에게 쓰레기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등의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정신병자라는 소리 안 듣고 존중받고 싶다”, “은해가 짜증내고 욕할까 봐 무섭다”는 등의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윤 씨가 이은해로부터 정신적 학대 행위의 한 유형인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KBS 뉴스 ‘디라이브’에 출연해 “이은해는 악의를 갖지고 윤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마치 사랑을 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부부 관계를 유지해주지 않았다”며 “윤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이기에 헌신적으로 애정을 갖게 돼 이은해는 그 애정을 이용해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심리적 압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윤 씨는 대기업 연구원 출신으로 6,000만 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제권을 이 씨에게 모두 넘겨 생활고를 겪었고, 신혼집을 마련하고도 함께 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소병진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이 씨와 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날 이 씨와 조 씨는 법원이 지정한 국선 변호인과 함께 영장실질심사장에 출정했다. 또 심사에는 유가족 측 대표로 피해자 윤 씨의 누나와 그의 남편 등이 참석해 “가족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고, 유족들은 이 씨의 살인미수 등 여러 범행을 나중에야 알고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미안하지 않나","계획적 살인을 인정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 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로, 이 씨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심사장으로 들어갔다. 
 
이후 이은해 씨는 영장심사를 마친 후에도 양손을 얼굴에 감싸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