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균 행방찾기-은닉재산 추적에 총력 기울일듯

 세월호의 실질적인 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진 가운데 검찰의 수사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검찰은 지난 4월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자 광주지검 목포지청을 중심으로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세월호 침몰과 선원들의 구호의무 위반 책임 등을 집중 수사했다.

이어 사고 발생 나흘 만에 인천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의 경영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하지만 유 전 회장만 바라보고 3개월 넘겨 달려온 검찰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만큼 수사계획의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옮겨지는 유병언 추정 시신
◇유병언 없는 '유병언 수사'…'공소권없음'으로 최악의 결말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것으로 의심하면서 수사의 1차 타깃을 경영 비리에 맞췄다.

검찰이 짜놓은 수사계획은 유 전 회장의 지시·묵인 하에 이뤄진 ㈜청해진해운의 횡령·배임 등을 찾아낸 뒤 선사의 경영비리로 인한 부실 운영 누적이 침몰 사고를 초래한 원인으로 연관 짓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1차적 책임을 선장과 승무원에게 묻는 대신 실질적인 선주인 유 전 회장에게 궁극적인 책임을 돌려 사법처리하는 것이 수사의 화룡점정으로 여겨졌다.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불법 개·증축 등과 관련해 유 전 회장이 직접 개입한 정황을 잡고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유 전 회장은 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주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상표권사용료, 고문료, 경영자문료(컨설팅비), 사진대금 등의 명목으로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손실을 끼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이런 식으로 검찰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유 전 회장의 범죄액수만 1291억원에 달했다. 장남 유대균씨 56억원, 차남 유혁기씨 559억원, 장녀 유섬나씨 492억원 등 유씨 일가의 전체 범죄액수는 최소 2400억원으로 액수는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검찰의 이 같은 구상은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튀어나오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지난달 12일 오전 9시6분께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돼 있는 변사체로 발견됐다.

순천 별장('숲속의추억')에서 채취한 체액과 금수원 내 유 전 회장 집무실에서 채취한 DNA시료, 검지손가락 지문 1점이 일치한 점을 들어 검경은 유 전 회장의 시신으로 잠정 결론 냈다.

유 전 회장의 형 유병일과의 부계 Y염색체 및 모계 X염색체(미토콘드리아 확인법)를 대조한 결과 동일한 부모를 둔 형제라는 결론이 도출된 점, 스쿠알렌 병 등 유 전 회장의 유류품으로 볼만한 정황증거도 고려한 결정이라고 수사당국은 전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3개월 이상 총력을 쏟은 수사에서 유 전 회장의 그림자만 쫓다가 '살아있는' 유병언을 놓치고 최악의 난국에 빠졌다.

통상적으로 피의자가 숨진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검찰은 공소권없음 처분을 내리고 당사자에 대한 수사를 종결한다. 대통령의 질책에 어떻게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검찰로서는 상상하고 쉽지 않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꿩 대신 닭?'…유병언 가족·측근 사법처리 속도 내나

검찰에게는 사건의 정점에 있는 유 전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발된 만큼 유씨 일가와 측근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마무리하는 것이 숙제로 남게 됐다.

수사선상에 오른 유 전 회장의 가족 중 사법처리가 임박한 건 장남 대균씨와 장녀 섬나씨지만 섣불리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대균씨는 현상금 1억원과 함께 지명수배를 받고 있다. 4월20일께 금수원을 나와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출국을 시도했지만 출국 금지된 사실을 알고 포기했다.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장녀 섬나씨는 지난 5월27일 파리 현지 경찰에 체포된 뒤 세 차례에 걸친 보석신청이 모두 기각돼 프랑스 사법당국에 의해 구금돼있다.

국내 송환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구금 상태로 범죄인 인도 청구 재판을 받게 되는 섬나씨는 9월17일 국내 송환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프랑스법원이 한국 인도를 결정해도 섬나씨가 불복해 파리 최고 행정법원에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사법 재판소까지 재판을 몰고 갈 수도 있어 송환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

차남 혁기씨는 대균씨와 마찬가지로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여서 영장 집행은 불가능하다. 혁기씨는 이미 다른 제3국으로 도피해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검찰은 행적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이사나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 등 유 전 회장의 측근들에 대한 검거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과의 사법공조가 원활한 편이지만 검거에서부터 송환까지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대신 유 전 회장 부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공개수배한 양회정(56)씨와 '김엄마' 김명숙(59·여)씨, '신엄마'의 친딸 박수경(34·여)씨 등 국내에 머물고 있는 측근들에 대한 검거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유 전 회장의 부인과 형제, 처남 등 친인척 4명과 측근 9명이 구속 기소됐으며, 유씨 부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 등 13명이 재판에 넘겨져 재판을 받고 있다.

◇유병언 은닉재산 얼마나 더 찾을까

지금까지 유 전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유병언 일가 검거와 책임재산(責任財産) 확보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이뤄졌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은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있지만 경영 상태 악화로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유씨 일가의 범죄수익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사법처리가 불가능해진 만큼 수사의 한 축인 은닉재산을 찾는데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유 전 회장이 실소유한 1054억원의 재산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기소 전 추징보전 명령은 효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추징보전이란 범죄로 얻은 부당 이득이나 재산을 형(刑) 확정 이전에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유죄 판결을 전제로 한 만큼 유 전 회장 사망이 확정되면 그의 소유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명령은 취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범죄수익 환수'를 목적으로 한 추징보전제도의 특성상 범죄자가 사망하면 추징보전명령 취소 사유인 '추징보전의 이유 또는 필요가 없게 된 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 전 회장의 자녀와 측근 소유의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은 유효하다.

민사상 손해배상 구상권 청구를 위한 가압류 역시 대체로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예상 구상금 채권 규모를 4031억원으로 산정하고 총 648억여원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이 중 유 전 회장의 재산 298억원에 대한 가압류는 원천무효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신 청해진해운 임직원과 선장, 선원 등의 명의의 재산은 350억원에 대한 가압류는 유효하다.

유씨 일가의 숨겨진 재산을 얼마나 찾느냐가 수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주요 잣대로 떠오른 만큼 이미 구속된 피의자와 차명재산을 보유한 측근들, 영농조합법인 등 차명재산 은신처로 의심되는 곳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날이 더욱 예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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