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팽목항 지키는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피켓
 "100일이 되도록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소식이 없네요. 언제까지 팽목항에 머물러야 할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가 24일을 기해 100일째를 맞는다.

참사가 벌어졌던 지난 4월16일부터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실종자만을 기다리며 버텼던 가족들은 이제 진도가 제2의 삶의 터전이 돼버렸다.

한 실종자 가족은 23일 "진도에서 이렇게 오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다"며 "진도가 제2의 터전이 돼버린 것 같아 두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고 초기 팽목항은 1000명에 이르렀던 실종자 가족이 머물러야 했기에 1㎞남짓한 거리에 식당과 생활용품, 종교, 의료시설을 갖춘 자원봉사천막 수백여 개가 들어차 천막촌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실종자를 찾은 가족은 하나 둘 아픔을 가슴에 새기며 팽목항과 체육관을 떠났다. 이제 남은 실종자는 10명이다.

실종자가 줄어든만큼 팽목항도 변했다. 한 때 막혔던 뱃길이 뚫렸고 천막도 철거된 뒤 시신임시안치소가 있던 팽목항 주차장 부지로 옮겼다.

수천명을 넘어섰던 자원봉사자는 하루 50여 명 남짓이 된 지 오래고 자원봉사 신청도 확연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팽목항의 그리움과 기다림은 변하지 않았다.

10여 명의 실종자 가족은 노란리본이 가득한 팽목항 방파제에서 바다를 향해 자녀의 이름을 100일째 부르며 마르지 않는 눈물 속에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태풍 '너구리'가 진도 앞 바다를 지나 수색이 중단되고 천막이 임시 철거 됐을 때도 가족들은 "돌아 올 것이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버텼다.

팽목항의 또 다른 변화는 이곳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과 경찰, 소방, 자원봉사자가 모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는 것.

실종자 가족은 밤새 팽목항을 지켜주는 경찰과 소방, 자원봉사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일상을 함께 하려 한다.

광주의 한 경찰은 "실종자 가족들과 자주 만나다 보니 조금은 편해진 듯한 기분이다"며 "더울 때 시원한 물을 건네주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앞서지만 이들이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마음은 팽목항에 있는 모든 사람이 똑같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사고 초기에는 사람이 많아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시설도 줄었고 실종자 가족들과도 조금은 편하게 마주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은 "팽목항의 겉모습은 변했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며 "바닷속에 있는 아들이 돌아와 집에 가더라도 팽목항의 고마움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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