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윤옥 울산지법 부장판사
[김민호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재판을 담당하는 일선 법원의 부장판사가 검수완박을 공개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2일 한윤옥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법률신문'에 '검수완박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올렸다. 
 
한 판사는 "수사의 목적은 기소여부에 대한 법률판단, 즉 특정 범죄혐의를 재판에 넘길지 여부를 판단키 위한 것"이라며 "따라서 인권보장을 위해 적재적소의 법리검토를 통해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사를 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반면, 법리검토를 통해 기존 수사결과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당연히 기소를 위한 추가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수사'는 '수단'이고, '기소'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 판사는 "근래 특정 정당을 중심으로 형사사법시스템 하에서 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행해질 수 밖에 없는 '수단'과 '목적'을 분리해 사실상 긴장관계에 있는 두 국가기관에 분산코자 하는 유래없던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을 언급했다. 
 
그는 "여기서 우려되는 부분은 검찰의 직접수사 문제와 수사권 자체의 존폐문제는 엄연히 별개의 문제임에도 이 부분에 대한 잘못된 인식 하에 이와 같은 시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수사지휘'라는 다소 권위적인 표현은 아닐지라도, 검사가 기소여부를 판단하거나 공소를 유지함에 있어 경찰의 수사과정 및 결과를 리뷰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할 경우 경찰이 당연히 이를 이행하는 실무가 선진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고 적었다. 
 
이어 "선진국가들의 검찰은 감독기관으로서의 성격에 충실하기 위해 직접수사를 자제하고 기소 여부 판단 및 공소유지를 위한 수사행위를 경찰이라는 기관을 통해 하는 것일 뿐,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직접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수단과 목적의 성격으로 한 몸을 이루는 수사와 기소를 최근 한국처럼 완전히 분리하고자 하는 시도는 선진국가들 중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 판사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검사의 기소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권한이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것' '국가수사권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행사가능케 제한한 죄형법정주의 하에서 기소여부에 대한 검사의 법률판단에 기속되지 않는 제약없는 경찰수사를 가능케 하는 것' '지도도 고삐도 없는 수사권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세상에 풀어놓음과 동시에 종래 검찰이 책임져왔던 권력자들의 중대범죄에 대한 제도적 공백을 야기하는 것', 그들은 '개혁'이라 부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어 "기소여부를 판단키 위해 불가결한 요소인 수사권을 도려냄으로써 검사의 기소권이 형해화되고, 국민의 기본권제한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 수사과정을 법률가인 검사의 수사지휘를 통해 통제해 오던 기능 또한 이미 종전 법개정으로 형해화된 이상, 경찰의 수사과정에 있어 헌법상 원칙인 적법절차 원리를 관철할 견제수단 또한 남아있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한국 형사사법시스템의 '수단'과 '목적'의 괴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며 "그 괴리 속에서 발생될 혼란의 결과는 온전히 국민들이 부담할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함에 있어 의결을 위한 필수행위인 입법조사 등 심의과정 일체를 국회와 긴장관계에 있는 다른 기관에 뚝딱 떼어 넘겨버리고 국회는 그 심의과정에 관여하거나 지시도 하지 말고 의결만 하라고 한다면, 입법권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라며 "거꾸로 질주하고 있는 우리의 형사사법시스템이 부디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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