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를 보는 시민들의 눈에는 대충 그 재산 형성 경위나 행동의 모습이 어떠했겠다는 것이 읽혀지는데, 정작 당사자 본인은 어설픈 변명으로 일관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또한 정치인이 뒤로 검은 돈을 챙기거나, 선거 과정에서 매수용 돈을 뿌려 수사를 받는 경우에도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펄펄 뛰면서 나아가 오히려 자기를 고소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무고로 고소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수사가 더욱 더 자신을 옥죄어오면 마지못해 최소한으로 인정하며 변명에 급급한 경우도 자주 본다.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정직하면 오히려 손해만 본다’는 생각이 팽배하여, 보통 사람들도 웬만한 거짓말에는 둔감해진 것 같다.
우리 사회에 솔직함이란, 정직함이란 이제 골동품 가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일까.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라는 격언이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본다면 솔직해진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길게 본다면 솔직함이 최상의 정책인 것이다. 설사 끝내 자신의 거짓이 통한다고 하더라도 하늘이 알고, 본인 자신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경희대 경영대학원의 이동규 교수는 최근 펴낸 자신의 책 ‘한국인의 경영코드’에서 정직은 감동을 낳고 감동은 기적을 낳는 법이라면서, 정직함에 있어 핵심적인 3가지를 얘기하고 있다.
첫째, 변명으로 시작하지 말라. 잘잘못을 떠나 벌어진 사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면 첫 단추부터 실패한 것이란다.
둘째, 타이밍이 중요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미적거리다간 오히려 의혹만 증폭된다는 것이다. 셋째, 절대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임을 보여라.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이 교수는 경영에 있어 정직함의 3가지 핵심에 대해 얘기한 것이지만, 이러한 3가지 핵심은 경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예전에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을 중심으로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가 ‘내 탓이오’ 운동을 벌였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 추기경께서는 사회의 돌아가는 부정적인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남의 탓만 하는 것에 대하여 본인 스스로 ‘내 탓이오’라고 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게 했었다.
그런데 요즈음 사회에서는 ‘네 탓이오’ 소리만 들리는 것 같다. ‘네 탓’이기에 나만 솔직하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오리발’만 내미는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총선이고, 연말이면 대선이다.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는 ‘네 탓’만 하지 말고, 잘못이 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라고 통회하는 정치인, 자기 앞의 이익만 보지 말고 역사를 길게 보며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정치인, 그런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