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인천 계양을)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새 정부 출범을 이틀 앞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고문은 이날 '책임'이란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러면서 "내가 죄인이다. (그러나)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했다.
 
현장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른바 '개딸'이라 불리는 여성 지지자들을 포함해 수백 명이 모였다. 그는 이날 당 안팎에서 제기된 비판을 의식한 듯 "저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서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다. 저 역시도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 사실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이 처한 어려움과 지금 이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며 책임 정치를 운운했다.
 
정치인이 선거에 나서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명분 없는 출마를 '책임'으로 포장하는 것은 듣기 거북하다. 오죽했으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그제 페이스북에 “다가올 미래가 너무 혼란스러워 보인다”고 지적했을까 싶다.
 
이 고문의 지역구 선택도 상식적이지 않다. 그는 연고지인 분당갑에서도 보선이 치러지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계양을 지역을 택했다. 인천 계양을은 대부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유권자 14만여 명의 작은 선거구다. 이 고문의 계양을 출마에 민주당은 “전국의 지방선거 후보들을 도우려면 당선 안정권인 계양을 출마가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후보가 된 뒤 지역구는 팽개치고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에만 나선다면 계양을 유권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야말로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대장동 개발, 법인카드 유용, 성남FC 후원금 등 대선 기간 불거진 여러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그런만큼 '수사 방탄복'을 입기 위해 명분을 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게 됐다. 민주당 역시 대선에서 패한 정당이 온갖 꼼수와 편법으로 법률안 개정을 밀어붙이고, 후보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의원 출마를 정당화했다. 170석의 거대 정당이 정략만 난무한 비웃음 거리가 됐다.
 
이날 이 고문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을 겨냥해 "지난 대선에서 심판자는 선택받았지만, 유능한 일꾼은 선택받지 못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대선 패배의 '뒷끝'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이재명의 출마 선언은 권력을 잃은 정치세력의 명분과 도리를 내팽겨친 '3류 막장극'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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