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 내부망에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다"는 취지로 사직의 글을 올렸다.
 
한 후보자는 1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서를 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검사가 된 첫날, 평생 할 출세는 그날 다한 걸로 생각하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운을 띄었다.
 
이어 “세금으로 월급 주는 국민을 보고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검찰 조직을 의인화해서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이 직업(검사)이 참 좋았다. 생활인으로, 직장인으로 밥 벌어먹기 위해 일하는 기준이 ‘정의와 상식’인 직업이어서였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이 직업(검사)이 참 좋았다. 생활인으로, 직장인으로 밥 벌어먹기 위해 일하는 기준이 '정의와 상식'인 직업이어서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다. 상대가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다른 것은 다 지워버리고 그것만 생각했다. 그런 사건에 따르는 상수인 외압이나 부탁 같은 것에 흔들린 적 없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덕분에 싸가지 없단 소리를 검사 초년시절부터 꽤나 들었는데, '그런 거 안 통하는 애. 술자리도 안 오는 애'로 되니 일하기 편한 면도 있었다. 저는 단지 그 직업 윤리를 믿었다"고 했다.
 
또 "찬찬히 돌아보면 한번도 쉬운 적은 없었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한 덕분이고 운이 좋았다"며 "제가 한 일이 모두 정답은 아니겠지만, 틀린 답을 냈다면 제 능력이 부족해서이지 공정이나 정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좌천당한 경험도 언급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자기 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별의별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고, 결국 그 허구성과 실체가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그동안 두들겨 맞으면서 제가 당당하니 뭐든 할 테면 해보라는 담담한 마음이었다”며 “권력자들이 저한테 이럴 정도면 약한 사람들 참 많이 억울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고 했다. 이어 “누가 ‘왜 남아 있냐’고 물으면 ‘아직 검찰에 남아 할 일이 있다’는 대답을 해왔다”며 “정당하게 할 일한 공직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 당하더라도 끝까지 타협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이겨낸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끝으로 함께 근무했던 이들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글을 맺었다.그는 "'왜 남아있냐'고 질문하면 '아직 검찰에 남아 할 일이 있다'고 답했다. 그 할 일은 공직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를 당해도 끝까지 타협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이겨낸 선례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는 상황이 어떻게 되든 검사로서 다시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지 오래였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검사 한동훈 올림"으로 사직의 글을 마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오는 16일까지 한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16일을 넘기면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빠른시간 내에 한 후보자를 임명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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