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27일 전국 투표소 3천551곳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여야 각 당이 서로 다른 주판알을 튕기며 승리를 장담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3.59%로 집계됐다. 유권자 수로 보면 4천430만3천449명 가운데 158만8천952명이 투표를 마쳤다. 동시간대 사전투표율을 비교해보면 2014년 6·4 지방선거(1.74%), 2018년 6·13 지방선거(2.92%)에 이어 꾸준히 투표율이 오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 3월 20대 대선(5.38%)보다는 낮게 집계됐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은 계속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11.49%였던 사전투표율은 2016년 총선 12.19%, 2018년 지방선거 20.14%, 2020년 총선 26.69%, 2022년 대선 36.93%로 사전투표가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 
 
각 당이 지도부를 필두로 사전투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는 선거 막판 지지층의 표심 결집을 위해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핫한 선거구로 떠오른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서 사전투표를 하기로 했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전원 사전투표에 참여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이나 정의당도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사전투표 전날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최근 여론 조사상 우리 당의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는 양상도 보이지만 지난 10여 년간 전국 각지의 지방행정을 독점해왔던 민주당의 지방 조직력은 막강하다"며 "선거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은 쪽이 아니라 투표하는 쪽이 이긴다"며 주변에 사전투표를 독려해줄 것을 당부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강원도 원주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후 "어떠한 일이든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표도 마찬가지다. 본투표보다 사전투표일에 투표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며 "우리 국민의힘 지지자 여러분들께서는 본투표 이전에 사전투표를 활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이 균형과 중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며 "오늘 사전투표 시작됐다. 폭주와 독선, 오만과 불통을 막고 우리 동네 우리 가족을 위해 일할 유능한 민주당의 일꾼 꼭 필요하다. 투표로 선택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여야는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승리를 장담하며 동상이몽에 빠져 있지만, 사전투표율을 독려하는 이면에는 서로 다른 계산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은 전반적인 판세가 우세 쪽으로 기울자 전통 지지층이 승리를 지레 장담하고 투표장에 나오는데 소홀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이 9~13곳 광역단체장 승리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도 당 지도부가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것도 지층의 투표 포기를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청와대 이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당정 총출동, 한미정상회담 등 여당에 유리한 호재가 쏟아지면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면서 여당 내에서 승리에 도취된 듯한 발언이 흘러나오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각별히 '입단속'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흥미위주로 금메달 갯수 세기 식으로 광역단체장 숫자 몇대몇이다 이런 언급을 자제하라. 전국 판세에 대한 섣부른 언급이나 과도한 낙관론 보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라고 주문했다.
 
민주당은 전체적으로 열세인 판세를 뒤집기 위해 막판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로 일부 지지층의 이탈이 감지될 만큼 후유증이 커 지방선거 여론조사에도 잘 응답하지 않는 등 진보층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것울 걱정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투표해야 이긴다"는 말을 매일 반복하며 강조하고 있는 것도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일종의 요술 주문과 같은 성격인 셈이다.
 
민주당의 사전투표 전략도 소위 '샤이진보'를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진영에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통념이지만 이 공식은 깨져가고 있다. 지난 3월 대선에서도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보수정당이 승리한 게 대표적인 예다.
 
더군다나 4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효과를 누렸던 것과 달리 지방선거 전 한미정상회담이 역대 최단 기간 안에 성사되면서 보수 진영이 안보 이슈를 선점, 정국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야권에 불리한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지방선거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 민주당은 지지층의 사전투표를 유도하며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계산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전투표율을 끌어올려 득표율을 높이는 선거 전략의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사전투표율 수치보다는 투표장에 어떤 연령대에서 많이 나오느냐가 선거 판세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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