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7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읍 경인아라뱃길 아라마린센터 수변문화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꺼낸 '김포공항 이전' 카드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자중지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포공항에 인접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위원장은 인천과 수도권 서부 표심 공략을 위해 이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서울과 제주도 여론이 요동치는 걸 의식한 지도부는 선을 긋고 있다. 여기에 이 위원장과 공항 이전 공약을 함께 발표했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제주도민 합의가 우선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등 두 사람간 엇박자가 여과 없이 표출되는 모습이다.
 
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포공항 이전은 한 개 지역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각 지역의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정부의 정책으로 정책할 만 한가 안 한가, 이 판단은 차차 해봐야 될 일"이라고 밝혔다.
 
또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중앙당 공약이 아니다"라며 "각 지역에서 자기들 입장에서 자기 지역 입장에서 정책 제안을 하는 것이고, 해당 지역 후보들이 득표율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내놓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론' 공약이 아님을 분명히 하며 선을 그은 것이다.
 
윤 위원장은 전날 경기 용인중앙시장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중앙당의 공약이 아니고,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민석 총괄선대본부장도 BBS 라디오에 출연해 "어쨌든 장기적으로 검토는 해 봐야 되는 연구 과제 아니냐는 차원에서 초장기 연구 과제 검토 협의를 한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보면 너무 과하게 띄운 것"이라며 "그런 정도로 당내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거리를 벌렸다.
 
이어 "정확하게 연구 과제로 협의된 것인데 그걸 이준석 대표만 그런 건 아니지만 너무 과하게 이걸 역으로 프레임을 걸어서 띄우신 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와 제주도당이 반대하는 데 대해서도 "쟁점이 되니까 그러면 당연히 제주도에서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로 이재명 위원장과 가까운 조응천 의원 역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때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엄청 밀었고 이재명 후보가 상당히 관심이 있던 것"이라며 "제가 여러가지로 분석해서 이거는 안 되는 것이라고 그때(대선 때)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선후보 시절에도 수도권 공급대책 차원에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검토했지만 서울지역 의원들의 내부 반대로 접었던 일을 상기시킨 셈이다.
 
조 의원은 "몇 달 사이에 그게 되겠냐"며 "대도시에는 대체공항을 지금 다 만드는 추세다. 큰 공항이 있는데 그 큰 공항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공항으로 이착륙, 회항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슬롯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은 인천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국내선을 처리할 여력이 지금 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행자가 '중앙당 차원에서 다 공감한 공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단 것이냐'고 묻자, 조 의원은 "제가 아는 한 그렇다"고 쐐기를 박았다.
 
반면 이재명 위원장은 이날 오전 계양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인천공항으로 통폐합할 경우 제주 관광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이 주장은) 저는 좀 모자란 생각이거나 악의적 선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제주지역 민주당 인사들의 반대와 관련해선 "지역과 위치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계양을 위해서도, 인천을 위해서도, 수도권 서부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리고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항공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으로 통합·이전하는 것이 맞다. 국가나 지역과 국민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자신의 공약을 비판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해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 분 거리(33.5㎞)다. 김포 대신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제주 관광 악영향이라니 대체 무슨 해괴한 말일인가"라며 "갈라치기 조작 선동 그만하고, 합리적 근거에 의한 논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면 좋겠다"고 맹비난했다.
 
이 위원장 최측근인 김남국 의원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계양·인천·서울과 관련된 공약을 후보자들이 개별적으로 발표를 한 것"이라면서도 "일부 제주와 관련된 관광 활성화와 관련되어서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셨지만 그런 타격과 관련된 것은 기우"라고 엄호했다.
 
반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민의 합의 없이는 추진될 수 없다"며 "중앙정부의 동의도 필수적이다.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가 당선되면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포공항 이전으로 제주 관광산업과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국민의힘의 공세에 제주지역 민심이 동요하면서 오 후보와 제주도당이 반대하는 등 당 내에서도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지난 27일 김포 아라뱃길 수변문화광장에서 이 위원장과 함께 김포공항 이전을 통한 '서부 대개발' 공약을 함께 발표한 바 있다.
 
송 후보는 "지금은 공약 단계이고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당연히 수도권, 충청, 호남, 제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중앙정부의 협조를 얻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제주도의 가장 현안 문제가 쓰레기, 오폐수 처리 문제"라며 "(쓰레기, 오·폐수 처리 시설) 이것을 중앙정부와 김포(공항 부지) 개발 비용으로, 기부채납으로 지어줘야 한다"고 말하는 등 거듭 성난 제주 민심을 달래는 데 부심했다.
 
결국 전국적 파급력이 큰 '대선급' 공약을 이 위원장이 섣불리 꺼내 들었다가 자중지란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이재명 후보가 자신이 나간 특정 지역 선거에 몰두하는 것도 이해되지만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다른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들의 입장도 함께 고려하며 전국적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 공약을 밀어붙이는 건 결국 계양을 선거가 이 위원장에게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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