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원격근무를 제도화한다. 오는 7월부터다. 이에 코로나19 종료 후에도 재택·원격근무가 이어지게 됐다. 양사가 원격근무를 정례화하면서 다른 정보기술(IT)기업으로 확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원격근무제 전면시행을 밝혔다. 앞서 네이버는 직원들에게 전면 재택근무를 하거나 주3일 출근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했다. 
 
◆네이버·카카오, 사무실 대신 장소 상관없이 근무 가능
 
 카카오는 전날 새로운 근무제도를 발표했다. 주 4일 원격 근무가 골자다. 나머지 하루는 부서원들과 대면 업무를 하는 방식이다. 
 
대면 업무의 경우 사무실을 비롯해 식당, 카페 등 장소에 제한이 없다. 또 대면 업무를 마치고 남은 시간은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다. 
 
카카오는 이 근무제도를 ‘메타버스 근무제’라고 이름 지었다. 카카오는 우선 시범운영 기간을 갖는다. 이를 위해 그라운드룰이라는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여기에는 주 1회 대면업무, 부서원 간 실시간 음성 연결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 2년간 원격근무를 경험해본 결과 업무를 하는 데 물리적 공간 보다는 ‘연결’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결론내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결을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 근무제가 크루(직원)들의 효율적인 업무를 돕고, 카카오 공동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네이버도 지난 4일 새로운 근무제도를 발표했다. 네이버는 주3일 출근과 전면 재택 중에 직원들이 선택하도록 했다. 네이버는 이를 ‘커넥티브 워크(Connected Work)’라고 부른다.
 
네이버는 근무 형태에 따라 타입 O와 타입 R로 구분했다. 타입 O는 사무실에 주 3회 이상 출근하는 것이다. 이 때 좌석은 기존과 같이 고정석이 주어진다. 타입 R은 원격근무를 의미한다. 다만 사무실 업무가 필요할 경우 공용좌석을 예약할 수 있다.
 
카카오와 공통점도 있다. 부서원들과 대면 업무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팀워크를 위해서다. 횟수는 카카오 보다 적다. 네이버는 한 달에 한번 정도를 권장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언제, 어디서 일하는가를 따지기보다는 더 본질적인 일의 본연의 가치에 집중, 신뢰 기반의 자율적인 문화와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일의 본질에 집중해 직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면시행에는 자율적 문화·인재확보 경쟁이 배경
 
 양사가 선도적으로 원격근무 전면 시행에 나서는 데는 ▲자율적인 조직문화 ▲인재확보 경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IT업계는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 비해 직원 간 자율적인 문화가 조성돼 있다. 특히 올해 취임한 남궁 대표와 최 대표 모두 직원들과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만큼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다는 의미다. 
 
일례로 남궁 대표는 최근 직원 5명씩 총 20개 조로 나눠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나온 근무제도 변화에 대한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 역시 지난해 11월 내정 이후 근무제도 등 사내 관련 의견을 다양하게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네이버는 최근 임직원 4700명을 대상으로 근무 제도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인재 확보 경쟁도 원격근무 전면시행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IT업계에선 경쟁사보다 유연한 근무제를 갖춰야 인재 확보에 유리하다. 개발자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면 출근으로 복귀는 이직 신호’라는 우스갯 소리에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이번 결정으로 원격근무 전면 시행이 다른 IT기업으로 확대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라인플러스가 해외 원격근무를 시행한 이후로 근무제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라며 “원격근무가 IT업계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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