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롯데마트 인근 사거리에서 열린 허향진 제주도지사 후보 유세장을 찾아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6·1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의 광역단체장 판세 전망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블랙아웃 전 여론조사에서 '9곳 플러스 알파'의 우세를 확인한 국민의힘은 지지층의 이완을 의식해 판세 전망까지 쉬쉬하며 '부자 몸조심'에 들어간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목표치를 대폭 낮추며 막판 '읍소'에 나섰다.
 
지난 26일 나온 KBS·MBC·SBS 등 방송 3사 의뢰 입소스·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 합동 광역단체장 17곳 여론조사에선 여당인 국민의힘은 9곳, 민주당은 4곳에서 각각 우세했고, 4곳은 팽팽했다.(23~25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국민의힘은 서울과 충남·충북, 강원, 부산·울산·경남(PK), 대구·경북(TK) 9곳에서 야당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렸다. 전통적 강세지역인 TK 뿐 아니라 과거 민주당이 약진했던 PK에서도 우위를 점한 것이다.
 
민주당은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과 제주까지 4곳에서만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경기·인천·대전·세종은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정권 안정론'을 업은 유리한 구도 속에 여당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지지층을 이완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준석 대표도 지난 25일 "아무리 고위의 직위에 있는 분이라 하더라도 자료가 없이 선거 전망을 할 때는 신중하게 표현해야 한다"며 "특히 흥미위주로 금메달 갯수세기 식으로 광역단체장 숫자 몇대몇이다 이런 언급을 자제해달라"고 입단속에 나섰다.
 
그나마 최근 판세를 언급한 것은 조수진 최고위원이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호남 외 14곳 석권'을 거론한 게 유일했다.
 
다만 마지막 주말 유세 동선을 보면 대부분 경기·인천과 충청권에 집중하며 경합지인 4곳도 모두 가져가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특히 박완주 의원 성비위 제명 사태 여파가 있는 충남을 교두보 삼아 대전과 세종 판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재명·송영길 후보가 제안한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맹공을 퍼붓는 것도 민주당이 우세하던 제주지사 판세를 뒤집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공약이 나온 다음날인 28일 이준석 대표가 제주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 이전이 제주도 관광산업에 타격을 줄 거라며 쟁점화에 나섰다. 30일에도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이 제주시청 앞에서 김포공항 이전 폐지 규탄 서명을 이끌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은혜 경기지사, 허향진 제주지사, 부상일 제주을 보궐선거 후보 등 수도권과 제주 후보들이 김포공항을 찾아 '이전 저지 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오 후보는 "급조된 두 후보의 졸속 공약"이라며 거듭 비판했다.
 
민주당은 목표치를 연거푸 후퇴시키는 모습이다. 선거운동 초반인 지난 11일에는 호남과 제주, 세종 5곳에 수도권과 강원, 충청권 경합지 중 3곳을 더한 8곳을 승리 목표로 제시했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인천 계양을 출마 선언 자리에서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도 했다. 9곳 승리를 호언한 셈이다.
 
그러나 야권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기대했던 지난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은 별다른 반향이 없었고, 도리어 박지현·윤호중 두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586 용퇴, 팬덤정치 극복 쇄신안을 놓고 정면충돌하는 악재가 겹쳤다.
 
 '이재명 효과'도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직접 등판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예상 밖 접전 양상을 보여 원정 지원이 여의치 않자 빛이 바랬다.
 
민주당 지도부도 지난 28일 내홍을 봉합한 후 경기·인천과 충청권에 주말 유세 동선을 집중하며 승부처에서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김민석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BBS 라디오에 나와 "지금은 네 군데에서 하나를 더해 다섯 군데라도 되면 굉장히 현재 지형에선 선전"이라며 목표치를 8곳에서 5곳으로 조정했다.
 
나아가 재차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4곳조차 여차하면 흔들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 시점에서 민주당이 몇 군데를 이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의힘의 압승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우려가 되고 불안하고 문제가 있다면 싹쓸이를 막아주셔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유리했던 호남·제주 등 4곳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전망을 흘리며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한 셈이다.
 
특히 '4곳도 위험하다'는 말은 야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제외하면 제주지사 판세가 불안하다는 뜻이라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실제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중앙당 공약이 아니다"라며 김포공항 이전에 거듭 선을 긋는 등 민주당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제주 민심에 주는 파장이 만만치 않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SBS 인터뷰에서 "대통령 취임 직후에 하는 지방선거에서 여섯 군데만 이겨도 선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대해선 "한마디로 경솔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롯데마트 인근 사거리에서 열린 허향진 제주도지사 후보 유세장을 찾아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與 "말장난인가…무책임"
 
한편 31일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김기현 의원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대해 장기과제로 검토하자고 한 협약이라고 해명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참 무책임하다"며 맹공을 가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약과 협약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말장난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김 의원보다 먼저 출연한 김민석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지난 대선 때 송영길 전 대표가 밀었다가 검토 끝에 접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에선 이재명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와 서울시장으로 나온 송 전 대표가 장기 연구과제로 검토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공인으로서 후보가 나와서 '김포공항을 없애버리겠다고 말한 것은 말장난이다', '협약이라 아무 의미가 없다. 안 지켜도 된다' 이렇게 말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말을 꺼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무슨 행동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후보는 어떻게든 방탄조끼를 입기 위해 모든 수단을 써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위기상황이라 판단했을 것"이라며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내려놔야 한다. 지역구 배지 다는 게 더 급하니 다른 지역의 반발을 묵인한 다음 공약이 아닌 협약이라고 말바꾸기한 것은 정말 무책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제주도 관광사업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철부지 악당의 생떼 선동'이라고 비난한 이재명 후보를 향해 "해괴망측한 변명"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잘못과 민생을 돌아보지도 않고 오로지 자기들 목적을 위해 정쟁만 일삼고, 다수의석을 흉기로 삼아 휘두르면서 기가 막힌 짓을 하니 계속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패망하는 길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지방선거 광역지자체장 판세에 대해 "처음 시작할 때 최소 9석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금도 그 목표는 그대로"라면서도 "여전히 박빙인 곳이 많아 마지막까지 10표, 20표 더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절박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 100표, 200표 차이가 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하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마지막까지 격전이 될 중부권을 중심으로 많이 있다"며 "경기도를 몇 차례 다녔지만 오늘 또 경기도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격전 지역을 열심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가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결정에 대해선 "고의성이 있는 건 아니다. 고의로 숨겨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산 축소 신고로 인한 당선 무효 가능성에 대해선 "고의로 하면 인정되지만 실수는 처벌하지 않도록 돼 있다. 본인도 모르게 실무자들이 한 것이면 그에 대한 처벌 자체는 무죄가 될 수 있다"며 "해당 범죄는 고의범을 처벌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고의성 입증이 안 되는 사유라 보고 유죄가 될 여지는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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