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 서울시장'에 오른 오세훈 시장이 2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민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6·1 지방선거에서 서울 모든 자치구에서 상대후보를 압도하며 연임에 성공했지만 국민의힘은 구청장 선거에서 17곳에서만 승리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동안 지방선거는 시장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구청장까지 싹쓸이하는 '줄투표' 성향이 강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 시장을 뽑았지만 구청장 선거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교차투표'가 상당 부분 있었다는 의미다. 
 
민주당 후보의 '현직 프리미엄'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오 시장이 향후 시정을 운영함에 있어 민주당 구청장과 협치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시장은 6·1 지방선거에서 260만8,277표(59.05%)를 얻어 173만3,183표(39.23%)에 그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오 시장은 25개 구와 426개 동별 득표율에서 모두 송 후보를 앞섰다. 
 
통상 지방선거는 지지하는 광역단체장 소속 정당에 몰아주는 '줄투표'가 강하게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에 성공하면서 민주당은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구에서 구청장을 배출했다. 또한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오 시장이 압승하면서 25개 구를 모두 석권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이번 서울 구청장 선거는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어야 하지만, 개표 결과 민주당은 8곳에서 승리하며 간신히 균형추를 맞췄다. 오 시장의 압도적인 득표력이 구청장 선거에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민주당 구청장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 모두 203만8,101표를 얻었다. 송 후보의 득표수(173만3,183표)보다 약 30만 표 많은 수치다. 약 30만 명의 유권자는 오 시장을 선택하면서도 구청장은 민주당을 뽑은 교차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교차투표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곳은 성동구였다. 성동구에서 정원오 구청장 당선인(민주당)은 57.6%의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지만, 송 후보는 이 지역에서 37.55%의 득표율을 보여 20%p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교차투표가 나타난 배경으로는 '구청장 현직 프리미엄'이 통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4년간 구정 성과를 통해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현직 구청장을 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이번 선거에서 생환한 민주당 구청장 당선인 8명 가운데 7명은 현직이었다. 
 
다만, 시장·구청장을 몰아줬던 앞선 지방선거와는 달리 일당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오 시장이 압승을 거뒀지만 일방적인 시정운영보다 협치를 모색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지난 2일 서울시 출입기자실을 찾아 "선출 공직자의 책임이고 의무다. 당적을 달리하는 자치구라도 최대한 협치하는 데 인색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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