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심일보 대기자] 윤석열 대통령이10일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간의 정치 문법을 깨고 전임 대통령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통 행보를 보이며 `구중궁궐`로 불렸던 청와대를 나와 사상 최초의 출퇴근 대통령이 된 그가 취재진과의 짤막한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을 시작하면서 `국민 소통`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오늘 윤 대통령은 취임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특별한 소감 같은 건 없다. 열심히 해야죠”라며 “시급한 현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자신의 기념비적 일정을 거론하기보단 민생 경제 회복, 산업 경쟁력 강화 등 국정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시급한 현안은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대로 경제를 살리고 민생 살피는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임 이후 오늘꺼지 13번의 도어스테핑을 했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 언론에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통령이 매일 아침 기자들을 만나 현안에 대해서 입장을 밝힌다는 건 그만큼 소통을 한다는 얘기”라며 “끝까지 독려를 해준다면 임기를 마칠 때까지 도어스테핑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아방송대·예원대와 국회 유머아카데미 교수를 지낸 ‘유머·스피치 강사’ 김재화 박사가 지난해 지금의 윤 대통령이 읽기에 딱 읽기 좋은 책 하나를 내놓았다. 지도자에게 유쾌한 소통을 제언하는 ‘나라를 살리는 대통령의 유머’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나라를 이끈 12명의 대통령이 국민을 대할 때나 외교 등 국제행사와 일반 정치활동을 할 때 어떤 유머를 구사했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성과를 이끌어 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들려준다. 또 시중에 떠도는 정치지도자 풍자 유머를 채집·선별하고 재가공하는가 하면 작가의 창작 유머도 적절히 배합했다.
 
문화 선진국이나 경제적·군사적 강대국의 지도자들 중 훌륭한 치적을 남긴 이들은 대개 ‘유머구사의 고수’다. 이들은 말과 글이 총칼보다 더 힘이 세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줬다. ‘나라를 살리는 대통령의 유머’는 그들의 유머러스한 말글을 들려주고, 이것을 어떻게 다뤄야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귀띔한다. 
 
'웃음을 아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졸은 정치를 펼친다. 유머의 가치가 그런 것이다.’ 저자가 정치인과 그들 주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자 취임 한달 맞은 대통령에 대한 필자의 주문이기도 하다.
 
다음은 '유머가 가지는 위력'에 대한 글을 소개한다. 농익은 유머와 위트는 대인적인 풍모에서 우러나온다. 국가 지도자에게 유머와 위트가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한달을 맞은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영국에는 “신사는 우산과 유머(Humor)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우산은 비가 하도 자주와 꼭 가지고 다니라는 말이고, 기계에 기름을 치면 부드럽게 돌아가듯 유머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기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머 한 마디가 상황을 바꾸어 놓은 경우가 많다. 영국의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1874~1965년) 수상이 대기업의 국유화를 주장하던 노동당과 싸우고 있었던 어느 날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갔다. 하필이면 먼저와 볼일을 보던 노동당 당수 애틀리(Clement Richard Attlee, 1883~1967년) 옆에 빈자리가 하나 있었다. 그러나 처칠은 그곳에서 볼일을 보지 않고 다른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가 볼일을 보았다. 이를 본 야당 당수 애틀리가 “저와 마주치기 싫어서 그랬습니까?” 하고 묻자 처칠은 “아니요. 당신네 당은 큰 것만 보면 국유화 하자고 하는데 내 소중한 물건이 국유화되면 큰일이지 않겠소?”라고 대답했다. 애틀리는 폭소를 터뜨렸고 그 후 노동당은 대기업의 국유화를 철회했다고 한다. 
 
미국 정치인들의 유머도 유명하다. 링컨이 상원의원 선거에 입후보했을 때 경쟁자였던 더글러스 후보가 합동연설회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링컨은 자신이 경영하던 상점에서 팔아서는 안 될 술을 팔았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위법이며 이렇게 법을 어긴 사람이 상원의원이 된다면 이 나라의 법질서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더글러스는 의기양양해했고 청중들은 술렁거렸다. 그때 링컨이 연단에 올라가 태연하게 말했다. “존경하는 유권자 여러분, 방금 전 더글러스 후보가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 가게에서 가장 많이 술을 사 마신 최고 우량 고객이 더글러스 후보라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상대편의 음해에 대해 링컨이 위트로 응수하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 
 
어느 일요일 아침 링컨은 백악관에서 자기의 구두를 닦고 있었다. 마침 방문한 친구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손수 구두를 닦다니 이래도 되는 건가?” 그러자 링컨은 깜짝 놀라면서 대답했다. “아니, 그러면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거리에 나가 남의 구두를 닦아야 한단 말인가?” 
 
레이건 대통령의 유머도 유명하다. 1981년 3월, 레이건이 저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을 때의 일이다. 간호사들이 지혈하기 위해 레이건의 몸을 만졌다. 레이건은 아픈 와중에도 간호사들에게 이렇게 농담을 했다. “우리 낸시(마누라)에게 허락을 받았나?” 또 응급실에 모인 보좌관들과 경호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레이건은 다음과 같이 말을 해서 응급실을 뒤집어 놓았다. “헐리웃 배우 시절 때 내 인기가 이렇게 폭발적이었으면 배우를 때려치지 않았을 텐데.” 얼마 후 부인 낸시 여사가 응급실에 나타나자 이렇게 말했다. “여보, 미안하오. 총알이 날아왔을 때 영화에서처럼 납작 엎드리는 걸 깜빡 잊었어.” 이런 응급실 유머가 알려진 이후 레이건 대통령 지지율은 83%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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