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미국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 플랫폼 셀시우스의 인출 중단 사태로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털썩 내려 앉았다. 투자자들은 '제2의 루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오후 2시7분 기준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24시간 전 대비 각각 14.65%, 15.55%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원화 기준으로 2,800만 원대까지 내려가 3,000만 원를 밑돌며 지난해 수익률을 모두 잃고 2020년 연말 수준까지 내려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시장의 예상보다 나빠진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코인 시장은 조정장을 겪는 듯 하나 전날 셀시우스 네트워크가 인출 중단을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고꾸라진 것이다.
 
셀시우스 네트워크(Celsius Network)는 고객이 가상자산을 맡기면 이자를 제공하는 디파이 플랫폼이다. 또 저금리로 코인 담보 대출까지 해주며 많은 이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셀시우스 네트워크가 발표한 이용자 수는 약 170만 명이다. 국내에서 실제 가상자산 거래에 참여하는 이용자수가 558만 명(중복포함)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이다. 셀시우스 네트워크는 공격적인 이자 마케팅 등으로 성장하며 한 때 시장가치만 30억 달러(약 3조8,640억 원) 넘게 평가받기도 한 기업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셀시우스 네트워크가 암호화폐의 인출을 정지하기로 하면서 시장이 크게 휘청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셀시우스 네트워크는 "시장상황이 크게 악화함에 따라 셀시우스는 모든 지갑 내 입출과 교환(스왑), 지갑간 이체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셀시우스 측은 "이번 조치는 셀시우스가 시간이 지나 인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인 시장에서 거래소나 디파이 서비스 기업들이 일방적인 인출을 중단하는 일은 이전부터 종종 있어온 고질적인 문제다. 이들의 인출 중단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가상자산의 청산을 막아 가격을 보호할 수 있을지라도 현재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인출 중단이 길어지면 결국 '코인런' 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셀시우스는 이번 이더리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더리움 기반의 디파이 파생상품이 청산될 위기에 놓여있는 이유에서다.
 
이더리움 2.0으로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면서 이더리움 재단은 자체 네트워크에 '스테이킹'을 하면 일정 기간 이후 이자와 같은 보상을 주고 있다. 더 많은 이자를 얻으려면 많은 이더리움을 예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종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리도(LIDO) 파이낸스가 나왔다. 
 
리도파이낸스는 이용자들이 이더리움을 맡기면 'stETH'를 지급한다. 셀시우스는 이를 이용해 셀시우스 이용자들이 stETH를 맡기면 이더리움을 빌려주는 사업을 해왔다. 이더리움 투자자들은 리도에 이더리움을 맡기고 셀시우스에서 이더리움을 다시 빌리는 방법으로 차익을 얻어왔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 전체의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셀시우스 이용자들의 이더리움 인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출 중단 문제가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셀시우스 이용자들의 대규모 자금 이탈로 지급 가능한 자금이 바닥나자 인출을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달 초 셀시우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이용자들의 인출을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외신 등에 보도에 따르면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인 셀시우스 네트워크는 이더리움2.0 스테이킹 솔루션 회사인 스테이크하운드(Stakehound)의 개인 키를 분실해 최소 3만5,000개 이상의 이더리움을 손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실을 인지한 지 1년이 넘어갔지만 셀시우스는 이를 숨겨왔다는 것이다.
 
셀시우스 등의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은 지난 2020년 이후 시작된 폭발적인 강세장을 통해 급성장해왔다. 해당 플랫폼은 투자자에게 최고 2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홍보하며 수백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이들 플랫폼은 예금을 받아 기관 투자자에게 빌려주고 대부분의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며 이자를 지급해왔다. 하지만 약세장에 들어서면 레버리지나 대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지급하기 어려워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급락에 셀시우스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서 비트코인 등 위험 자산의 가격이 조정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긴축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질 때까지는 나스닥,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 가격의 조정은 지속될 것 같다"면서 "긴축 정책 기대감이 수그러들어야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서는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돼야 한다"며 하반기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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