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16일 서울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의 모습.
[정재원 기자] 미국발 긴축 공포에 따른 금리 발작 여파로 국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 상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7%를 돌파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주담대 금리는 연내에 연 8%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족들의 빚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 범위는 연 4.33~7.09%로 나타났다.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섰다. 앞서 3월 말 연 6%대로 올라선 지 약 두 달 반만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5.41~7.09% ▲하나은행 5.233~6.533% ▲농협은행 4.56~5.96% ▲국민은행 4.33~5.83% ▲신한은행 3.98~5.03% 등이다.
 
주담대 금리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금융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뛰었다. 전날 금융채 5년물 금리는 4.082%에 마감했다. 이는 2012년 3월27일(4.1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채 5년물 금리가 4%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4월6일(4.00%) 이후 약 10년2개월 만이다.
 
주담대 변동금리도 오름세다. 이날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범위는 3.63~5.632%로 집계됐다.
 
전날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5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코픽스는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98%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뛰었다. 이는 2019년 3월(1.94%) 이후 최고치다. 상승폭도 4월(0.12%포인트)보다 커졌다.
 
주담대를 비롯한 대출금리의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한은도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연 1.75%, 연 1.50~1.75%로 같은 수준(금리 상단 기준)이 됐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 연준이 다음 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시사하면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수 있어서다. 국내 물가도 급등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중은행은 이를 반영해 예금금리를 올리며 채권 금리 등도 상승한다. 은행의 조달비용이 커지면 대출금리가 오르게 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은 또한 연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가계 기준 78%까지 늘어났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면 대출금리는 0.7~0.8%포인트 상승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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