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북한 리선권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에게 "언제 어디서든, 어떤 형식이든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고 제의했다. 리선권의 통전부장 선임 후 우리 측이 먼저 소통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권 장관은 2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리선권의 통전부장 인선을 상기하고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해 남북 간 모든 현안을 풀어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기존 우리 측이 통전부장을 상대로 한 실무접촉 관련 의사 표시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5월16일 방역 협력과 관련한 권영세 장관 명의 대북통지문을 북측 통전부장에게 발신 시도한 바 있다.
 
이날 제의에 대해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코로나19 발병을 처음 밝혔을 때 관련 방역 협의를 위해 통전부장에게 제안하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책임 있는 당국자끼리 만나 모든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리선권이 통전부장이 됐기 때문에 그 계기에 무슨 얘기를 하려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조국평화통일위원이 지금 공석으로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북측의 책임 있는 당국자로 지목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격식, 형식, 내용과 무관한 대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현안에 관한, 남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내용이라면 "뭐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용의가 있다"라는 것이다. 
 
반면 권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핵 관련 기술 진전은 이룰 수 있을지 모르나 북한 자신의 안보력 약화와 경제력 약화로 귀결될 것이란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먼저 그는 북한이 물리적 핵실험 준비는 마쳤으나 그 시점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급작스럽게 진행될 수도 있고 내년 3월을 넘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핵 문제는 더 이상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 만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아래 더 강한 대북제재, 한미 군사 공조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또 "대북 독자제재도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며 "모든 압박과 제재는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권 장관은 대북제재 국면에서의 역할이 제한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인내하고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면서 능동적 상황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제재도 결국 북한 비핵화를 만드는 직접 수단이라기 보단 간접 수단"이라며 "제재 역시 경색을 타개하고 대화 모멘텀을 만드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무수히 노력하다보면 어떤 종류 대화든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고 "담대한 계획도 결국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내용들을 얘기해 북이 대화에 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담대한 계획에 대해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나름대로 준비 중"이라며 "북한과 상의할 사안은 아니며, 입안 상황에서 북한을 청중으로 발표할 문제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북한 비핵화 지향 등 원칙적 부분을 견지하면서도 남북 관계 진전, 개선 내용도 동일 비중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음을 거론했다.
 
또 "비핵·개방 3000을 포함한 지난 정부들의 대북정책 전체를 섭렵해 비핵화를 지향하면서도 단계적으로 남북 관계가 진전되며 이것이 동시 상호적으로 이뤄지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경제 외에 북한의 안보 우려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안까지 포함하는 내용이 돼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발표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언급했다. 
 
간담회에서 권 장관은 통일부 조직 개편에 대해선 '정세 판단', '정책 설계', '미래 준비'라는 키워드를 던졌다. 그러면서도 "대화 협력은 고유 기능인만큼 존치하되 효율적 운영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인권재단 출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인권을 수단화해야 한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세계 시민적 권리로, 보편 가치 차원에서 실질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고위당국자도 북한 인권과 관련해 "개선을 위해 잘못을 짚긴 하겠지만 과도한 선전을 하거나 지적을 하진 않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위한 물밑 노력 가능성을 시사하는 언급도 있었다.
 
이외 간담회에선 비핵화 상황에서 남북 협력을 전면 되돌리긴 어렵다는 평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인도적 지원은 추진한다는 언급이 있었다. 방역·보건 협력 의지도 여전함을 확인했다.
 
또 '이산가족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등을 위한 의견 수렴과 대북특사는 시기상조라는 점 등이 거론됐다. 북한이탈주민 관할 이전 문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제시됐다.
 
한편 이날 통일부는 북한 피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란 입장을 보이면서 "우선 우리 내부 자료들로 진상규명을 하되 필요하다면 북한에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당장 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이미 진상규명이 됐다면 필요 없겠으나 현장 방문이나 몇 가지 요구들이 있다"며 "북측에 적절한 방법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선 "범죄 의혹이 있는 어부를 강제 북송한 부분은 분명히 잘못됐다"며 "헌법상 우리 국민이고 우리 영토를 넘어온 이상 당연히 받아들였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북송 사건과 관련한 수사기관 요청 시 협조하겠단 입장을 보이면서도 "북송 요구자와 관련해선 그간 본인 착오로 넘어와 돌아가고 싶단 의사를 표시하면 북쪽으로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남으로 넘어와 행정적으로 국민 지위를 받는 절차까지 마친 상황에서 다시 북으로 가는 것은 국가보안법이나 다른 법령에 저촉되는 문제 때문에 쉽게 결정하긴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나아가 "거주이전의 자유를 좀 더 강하게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반드시 기존 법에 의해 당연히 안 된다고 자르기보다는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