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 채근담에 심덕승명(心德勝命)이란 말이 있다. '마음의 덕을 쌓으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라는 뜻이다.
 
신라시대의 고승으로 알려진 '자장율사' 이야기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자장이 관세음보살을 꼭 만나야겠다는 일념으로 백일기도를 하고 있었다.
 
99일째 되는 날, 얼굴이 사납게 생기고, 곰보에 한쪽 팔과 다리가 없는 사람이 거지 같은 꼴을 하고 도량에 들어와서 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자장 너 있느냐?"....."얼른 나와 봐라" 
 
이에 상좌들과 불목하니들이 말리느라 애를 먹는다.
 
"큰스님께서는 지금 기도중 이시니 내일 오십시오."
 
사정을 하고 달래느라 조용하던 도량이 순식간에 야단법석 난리가 났다.
 
이때 기도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가던 '자장율사'가 점잖게 말한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내일 다시 오시오"하며 자신의 방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그 거지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한다.
 
"네 이놈 자장아, 교만하고 건방진 '중'놈아, 네 놈이 나를 보자고 백일 동안 청해놓고 내 몰골이 이렇다고 나를 피해?" "네가 이러고도 중질을 한다고?" 라며 큰 소리로 비웃으며 파랑새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자장율사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나를 찾아온 보살을 외모만 보고, 자신도 모르게 젖어든 교만하고 편협한 선입견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잣대질 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이에 모든 것을 버리고 바랑 하나만 메고 스스로 구도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3일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는 듯한 상황을 다시 연출했다.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의 악수를 '패싱'하는 냉소적 태도를 보였다. 배 최고위원이 손을 내밀자 이 대표도 손을 뻗었으나 맞잡지 않고 밀쳐내면서 지나쳐 의장석에 앉는 모습은 '생중계'를 탔다.
 
이날의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 간 공개적인 갈등 노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인선 관련 설전을 벌인 데이어 20일에도 비공개 회의 발언 유출을 두고 설전을 주고받은 바 있다. 이같은 논란에 혹자는 이 대표의 '그릇'을 얘기하고 혹자는 '밴댕이 소갈딱지'라 비판했다.
 
정치인이 자신의 속내를 아무리 감춰도 '神의 경이로운 연출'에 그 모습을 들키고 만다. 우리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거론된 이들의 몰락을 지켜봤다.
 
'나보다 아랫 사람은 없다'라는 하심(下心)을 가지고 사람을 대해야 좋은 운이 찾아온다. 우리는 그것을 덕(德)이라고 부르고, '겸손함'이라고 부른다.
 
이준석이 겸손함을 잃고 민심에서 멀어져 바랑 하나만 메고 스스로 구도의 길을 떠난 자장율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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