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유나 양이 어머니 등에 업혀 지난달 30일 밤 11시 펜션에서 나오는 모습. 오른쪽은 조양의 아버지. YTN 보도 화면 캡처
[신소희 기자] "숙박비는 모두 지불했습니다."
 
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 가족이 연락이 끊기기 전 마지막으로 머문 펜션 관계자가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조 양 가족과 관련해) 답변드릴 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광주경찰청을 인용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한 초등학교 5학년인 조 양과 아버지(36), 어머니 이모(35·여)씨 등 3명은 지난달 24~28일(4박), 29~30일(2박) 등 총 6일간 해당 펜션에서 숙박했다. 지난달 28일 퇴실 후 완도를 벗어났다 하루 만에 돌아와 같은 펜션에 묵은 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57분쯤 퇴실했다.
 
조양 가족이 머문 펜션은 완도군 신지면 명사십리해수욕장 인근에 있다. 수영장을 갖춘 풀빌라로 하루 숙박비(4인 기준)는 40만 원이다. 펜션 등에 따르면 조 양 가족은 실종 전 숙박비로만 최소 240만 원을 쓴 셈이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조양 가족이 굳이 비싼 숙소를 잡고 외출도 삼간 채 일주일 가까이 머물렀는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또 조 양 부모가 올해 들어 체험학습(가정학습 포함)을 7차례나 신청해 조 양을 등교시키지 않은데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종 사건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학교에 제주도 한달살이 체험학습을 낸 뒤 30대 부모와 완도서 실종된 조유나(10)양. 2022.06.27. (사진=광주경찰청 제공)
◇ 조 양 질병 결석 처리해놓고 제주 아닌 완도 펜션 결제 
 
28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조양 어머니 이모(34)씨는 지난달 17일 조 양이 다니는 학교 누리집에 교외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딸, 남편 조모(36)씨와 함께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신청 당일인 지난달 17일 제주가 아닌 완도군 신지면 한 펜션을 예약했다. 6박 일정(5월 24~28일·29일~31일)으로 숙박비를 계좌 이체했다. 신청 당일 "조 양이 아프다"고 학교에 알렸다. 조 양은 질병 결석 처리됐다. 
 
조 양 가족은 체험학습 시작일보다 나흘 이후인 지난달 23일 광주 남구 자택을 나섰다. 여행 가방을 챙겨 조 씨가 몬 차(은색 아우디)를 타고 완도로 향했다. 
 
 ◇ 체험학습 취지 어긋난 동선, 왜 늦은 밤 급히 사라졌을까 
 
 조 양 가족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예약한 완도 신지면 펜션에 묵었다.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는 예약이 차 있어 다른 곳에서 지냈다. 
 
지난달 29일 오후 2시께 강진 마량에서 완도 고금대교를 지나 펜션으로 돌아와 투숙했다. 조 양 가족은 투숙 과정에서 펜션 내 수영장을 사용하지 않고, 주로 방 안에 머물렀다. 완도읍내·고금도와 해남·강진 쪽으로 잠시 외출했던 것으로만 전해졌다. 
 
조 양 가족은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57분 조 씨 차를 타고 펜션을 빠져나갔다. 조 양은 당시 이 씨의 등에 업혀 양손을 축 늘어뜨린 채 나왔다. 조 씨는 왼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애초 다음 날 오전 펜션을 떠날 예정이었으나 부모가 심야에 조 양을 업고 떠났고, 일주일가량 방 안에 머물러 교육적 활동인 체험학습의 취지와는 어긋나는 모양새다. 
 
특히 조 양이 펜션 퇴실 3시간 전까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접속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사이 잠들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갑자기 퇴실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 전화기 차례로 꺼진 뒤 돌연 실종…의문 꼬리표 
 
 펜션을 나온 지 5시간여 만에 조 양 가족 3명 모두 차례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것도 수상한 대목이다. 
 
지난달 31일 0시 40분과 1시 9분 조 양과 어머니 이 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펜션 주변에서 꺼졌다. 같은 날 오전 4시 16분 조 씨의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도 송곡항 주변에서 끊겼다. 
 
송곡항은 펜션에서 3.9㎞ 떨어진 곳으로 차로 7분 거리다. 조 씨와 조 양·이 씨의 기지국 신호는 산을 중심으로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서 두절됐다. 
 
이후 이들의 행방과 차량 동선은 묘연하다. 다른 휴대전화 사용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펜션과 송곡항의 거리, 통신 두절 간격(모녀 29분·부부 3시간 7분)과 위치, 연락이 끊긴 이후 차량 동선을 확인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조 양 가족이 사건·사고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2022.06.27.
◇생활고 의심 정황에 극단적인 선택 추론도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극단적인 선택 가능성도 거론된다. 
 
학교 측은 체험학습이 끝나도 조 양이 등교하지 않고 가족 모두 연락이 닿지 않자 조 양의 집을 찾았는데 각종 독촉장과 카드 대금 지급 명령서, 미납 고지서 등이 쌓여 있었다고 했다. 이후 장기간 집을 비운 것으로 보고 지난 22일 실종 신고했다. 
 
조 씨는 지난해 7월 사업을 접고 가족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고 비슷한 시기 이 씨도 직장을 그만두고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가족의 카드빚이 1억여 원에 달한다고 했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나 차상위 계층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가족이 한 달 가까이 통신이 끊긴 채 실종된 점과 차량의 해상 추락 가능성 등으로 미뤄 송곡항·강독항·물하태선착장 주변 해상을 비롯해 완도 신지면 전체를 수색하고 있다. 또 통신·금융·보험·의료 기록을 살피며 실종 동기·경위를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지면 폐쇄회로 텔레비전 노후화와 보관 기한(15일~30일)으로 미뤄 가족이 완도를 벗어났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잦은 체험학습…어떤 사연 있길래 
 
 조 양은 올 1학기에만 교외 체험학습을 총 7차례 신청했다. 제주·여수(2차례)·가정학습·이번 제주(실제 완도 방문)까지 수업일 수 35일을 사용했다. 
 
앞서 6차례 체험학습을 신청해놓고 이번 제주(수업일수 18일)까지 신청한 점, 1년에 최장 38일 사용할 수 있는 규정상 1학기에 대부분 쓴 점 등을 종합하면 이례적이란 의견이 나온다. 
 
경찰은 조 양 가족이 이번 신청 전에 체험학습 사유로 외가 방문 등을 기재했던 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외갓집이 한때 완도 고금도에 있었던 탓에 이번에 완도를 방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단서가 나오지 않아 실종 배경·장소와 잠적 가능성, 사건·사고와 범죄 연루 가능성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색과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27일 오후 완도해경과 광주·전남지방경찰청 수중과학수사대 소속 잠수부들이 전남 완도군 신지면 물하태항에서 조유나(10)양 일가족을 찾기 위한 해상·수중 수색을 마친 후 복귀하고 있다.
◇ 이수정 교수"'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 커"
 
한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해당 매체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Q : 조 양 가족의 마지막 행적이 수상하다.
 
A :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마지막이라고 여기면 생각이 많아진다. 더구나 본인 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 등 가족이 있다 보니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한 행로로 보인다."(※경찰이 확보한 펜션 폐쇄회로TV(CCTV)에는 이들의 마지막 행적이 담겼다. 조 양 어머니가 축 늘어진 딸을 등에 업고 펜션을 나서는 장면, 아버지 조 씨가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든 채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장면, 부부가 조 양을 승용차 뒷좌석에 태우고 어디론가 떠나는 장면 등이다.)
 
Q : 범죄 피해 가능성은.
 
A : "매우 희박해 보인다. 만약 뭔가 위험하다고 느꼈다면 완도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온 것을 보면 결국은 종착점이 거기(완도)라는 판단이 선 것 아니겠나."
 
Q : 극단적 선택 외 가능성은 없겠나.
 
A : "밀항 등 해외 도주를 염두에 둘 수 있지만, 그러려면 아이를 그렇게 짐짝처럼 만들어서는 어렵지 않을까. 초등학교 5학년이면 어린애가 아니지 않나. 밀항한다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상태로 도주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보통 그 정도 나이의 아이면 (누군가) 업고 움직이면 깬다. (펜션 CCTV를 보면) 아이가 축 늘어져 있다. 수면제 등을 염두에 둘 만한 상황이다."
 
Q : 부부 사이엔 극단적 선택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보나.
 
A : "공감대 없이 아이가 그 지경이 됐는데 야밤에 끌고 나가진 않았을 것 같다."
 
Q : 완도에 머물 때 중간 행적을 조사하면 행방을 추정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A : "원래는 제주에 간다고 했는데, 완도를 마지막 종착점으로 선택한 데는 부모의 연고 등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완도에는 아버지 조 씨의 외갓집이 있으나 현재는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Q : 극단적 선택을 염두에 뒀다면 굳이 하루 40만 원짜리 풀빌라에 머물 이유가 있었을까. 조 양 가족이 펜션에 머무는 동안 거의 나가지 않고, 수영장도 이용하지 않았다는데.
 
A : "(삶의) 마지막이면 금전적 비용은 중요하지 않지 않나. 아이에게는 여행이라고 얘기했고 거기에 적합한 모양새를 취했을 것이다. 일단 여행의 기본적인 요건은 갖춰야 하지 않나. 초등학교 5학년 정도면 (여행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저항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마 (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지 않았을까."(※조 양 어머니는 체험학습 신청 당일 인터넷으로 펜션을 예약한 뒤 숙박비를 계좌로 보냈고, 조 양은 체험학습 신청 다음 날(5월 18일)부터 결석했다고 한다.)
 
Q : 조 양 가족의 승용차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바다에 추락했거나 밀항 가능성만 남는데.
 
A : "아이를 데리고 밀항하는 게 상상이 안 된다. 밀항한다는 건 빚을 많이 진 사람의 도주 가능성인데 빚을 진 본인(조 양 아버지)만 도주하면 되는 것 아닌가. 도주할 생각이었으면 옆에 여러 명을 달고 가는 건 어렵지 않나."
 
Q : 조 양 가족의 휴대전화가 순차적으로 꺼졌다.
 
A : "한꺼번에 몰살된 건 아니다. 차량이 남아 있다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겠지만, 차량도 못 찾고 있어서 차량과 사람이 함께 있다고 가정하는 게 제일 합리적일 것 같다. 물속이든 어디든…."(※조 양 가족의 휴대전화는 펜션에서 나온 직후인 지난달 31일 오전 0시40분(조 양), 1시9분(어머니), 4시16분(아버지) 순으로 꺼졌다. 조 씨 휴대전화 신호는 펜션에서 3.9㎞, 차로 6분 거리인 송곡선착장에서 마지막으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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