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속인 심진송
신끼가 오른 심진송의 머릿속은 세상만사가 입력된 수펴컴퓨터 같았으며, 우주의 모든 사물과도 텔레파시가 통하는 첨단 레이더였다.

어떤 일이든 생각만 하면 ‘키보드’를 치듯이 그에 관한 것들이 줄줄 나왔으며, 사람을 만나면 ‘척보면 압니다’는 식으로 그 사람의 화복길흉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가 심상찮은데다가, ‘미쳤다’는 소문까지 이웃으로 퍼지자 진송은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곳에서 엄청난 ‘파장’으로 밀려오는 영적인 교신을 그녀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어서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무나 길가는 사람을 붙잡아 놓고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그 집 안 내력을 얘기해 줬더니 무섭게 맞아 들어갔어요.”

한번은 원미동 주공아파트 앞에서 40대 부부와 마주쳤다. 심진송은 생면부지인 그들 부부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아줌마. 요새 고2짜리 아들이 집을 나갔죠?”

40대 부부는 너무 황당해 어이가 없었다. 길가다 마주 친 젊은 여자가 아들이 가출한 사실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아니 우리 아들을 잘 아는 사람이우?”

40대 부부는 의아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댁의 아들은 전혀 몰라요, 그렇지만 저는 알 수 있어요. 며칠 내로 아들이 들어오긴 하는데, 마음이 떠 있어."

그러자 40대 부부는 ‘별 미친 여자 다 봤다.’는 식으로 얼떨떨했고 머쓱해진 심진송은 이내 돌아서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심진송의 신병(神病)은 증세가 깊어졌다. 그녀의 육신 또한 고통이 심해졌다. 이틀이 멀다하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앓아눕기가 일쑤였다.

“가뜩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가, 어지럼병까지 자꾸 도지자 집 안 살림은 엉망이 돼갔습니다.

힘들게 뛰어다니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 줘 미안했지만, 저로선 도저히 어쩔수 없었어요. 그 무렵엔 정말이지 ‘누가 좀 말려줘요’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신끼' 발동

심진송의 ‘신들림’은 자신도 주체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어느 날은 이웃 집 남자의 바람피우는 행위가 옆에서 지켜보듯 머릿속에 그대로 재생됐다. 남의 집안일에 공연히 나서서 부부사이만 망쳐놓는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도저히 말을 해 주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남편의 표현대로 ‘주책없이’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기 위해 그 집 초인종을 누르고 말았다.

“웬일이우?”

평소 얼굴은 알고 지냈으나 별로 왕래가 없었던 동네 여자는 갑자기 심진송이 나타나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름 아니라 댁의 아저씨가 몰래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서요.”

심진송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영감’을 전달해 주었다.

“뭐 뭐라구요?”

이웃집 여자는 어이가 없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지, 가뜩이나 미쳤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한 심진송이 느닷없이 찾아와 자기 집안을 ‘풍비박산’할 얘기를 늘어놓고 있으니.

“그래요, 정말. 상대는 스물여섯 살 먹은 노처녀라니까요.”

점입가경이라고, 심진송이 여러 정황들을 조목조목 나열하자 이웃집 여자의 눈에 쌍심지가 돋았다.

“직접 봤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느냐구요.”

“내가 확인한 건 아녜요, 하지만 사실이예요.‘

심진송은 자신의 ‘신통력’을 설명할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뭐라구요? 이 여자가 보자보자 하니까 웃기네 정말, 썩 나가요!”

화가 난 이웃집 여자가 소리를 질러댔다. 그래도 심진송은 물러서지 않고 ‘내 말을 믿어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필요없다구, 어서 나가!”

이웃집 여자는 펄펄 뛰면서 수돗가로 달려가 바가지의 물을 냅다 심진송에게 던져 버리고 말았다. 결국 심진송은 물벼락만 맞고 물러서야 했다.

“물벼락은 그래도 약과였어요. 어떨 땐 내 머릿속에서 감이 잡히는 엄청난 결과를 상대방에게 미리 알려주다가 뺨까지 맞기도 했으니깐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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