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에 '이정표' ..김무성, "업어주겠다"

▲ 이정현 당선인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전남 순천·곡성에서 '노무현의 남자'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 7·30 재보궐선거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이 당선인은 영남권을 지지 기반으로 한 여당 후보로서 전통의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승리를 거머쥠으로써 대한민국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996년 15대 총선 전북 군산을에서 강현욱 전 의원이 신한국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18년 만에 여당 옷을 입은 국회의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대통합의 역사적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당선인 개인적으로는 '3전4기' 도전 끝에 이룬 꽤거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인 이 당선인은 정권 출범부터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에 임명되며 정권 실세임을 입증했다.

윤창중 사태가 터진뒤에는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다가 지난 6·4지방선거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7·30 재보궐선거 초반 서울 동작을 출마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이 당선인은 예상을 깨고 과감하게 호남 출마를 선택했다.

비교적 쉬운 지역을 마다하고 야당 텃밭에서의 힘든 싸움을 자처한 것은 영호남 '지역 벽'을 깨겠다는 그의 일관된 신념 속에 이뤄진 도전이었다.

이 당선인은 지난 1995년 광산 제2선거구에 민자당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이어 2004년 14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720표(1.03%)를 얻는 데 그쳤고, 2012년 다시 '광주 서구을'에 출사표를 던져 39.7%를 얻는 기염을 토했지만 역시 고배를 마셨다.

이 당선인은 이번 재보선 출마에 나서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호남에서, 잃어버린 새누리당의 정치 경쟁력을 회복하겠다"고 비장한 변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만해도 야당 텃밭인데다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이 당선인의 호남 도전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삼아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밑바닥 지역민심을 훑은 것이 호남민들의 마음을 얻기 시작했다.

특히 이른바 '예산 폭탄론'을 앞세워 지역발전을 10년 앞당기겠다고 공약한 것이 지역 주민들에게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이 당선인의 '적진(敵陣) 침투'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혁파하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4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출마해 아깝게 떨어지긴 했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영호남 '지역 벽'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민주화 이후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호남에서도 지역주의 혁파의 단초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여당도 호남에서 지지를 얻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하게 될 것"이라며 "이정현 후보가 약속한 공약을 앞으로 지키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에서 호응 여부가 결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의 당선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이민호 모노리서치 전략이사는 "이정현 후보가 호남에서 당선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도 "이 후보 뿐만 아니라 호남의 다른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나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공천 파동을 비롯해 실망한 부분이 쌓여온 결과"라고 말했다.

與, 예상 밖 압승·이정현 당선에 '환호'…"민생에 올인"

▲ 축하전화 받는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은 30일 15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예상 밖으로 압승하면서 일제히 환호를 터트렸다.

특히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거물급 후보들을 물리치고 지역 일꾼론이 승리한 데 대해 '정쟁을 멈추고 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전남 순천·곡성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후보가 이례적으로 당선된 것을 놓고는 "한국 정치사의 획을 긋는 일"이라며 환호성을 지르는 등 잔칫집 분위기를 보였다.

이날 저녁 11시께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이인제·김을동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새누리당 당사에서 압승 뉴스를 듣고 일제히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당선자들을 지켜보는 내내 당 지도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당초 새누리당은 147석에 과반(151) 의석을 넘어 무승부로 끝나도 선전한 것으로 예상했지만 15곳 가운데 11곳에서 승리하는 압승의 성적표를 쥐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볼 때 국민의 뜻은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 경제를 활성화시켜서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를 믿고 지지해준 국민 여러분께 온 마음을 다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민생 경제 활성화 정책이 꼭 성공해서 서민들의 삶을 지금보다 편하게 하는데 당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지금까지 보다 더 겸손한 자세로 새누리당은 혁신해서 새로운 새누리당이 되어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대출 대변인 역시 브리핑을 통해 "이제는 세월호 사고의 늪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라는 엄중한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인다"며 "새누리당은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경제에 올인하고 국가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2기 내각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라고 기회를 부여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반드시 실천해나갈 것"이라며 "야권에게는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데 대해 준엄하게 심판함으로써 정쟁몰이를 중단하고 국정운영에 협력하라는 주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정현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됐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이정현 의원이 당선된 것은 대박이 아니라 진짜 혁명이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이 후보의 당선에 대해 "1988년 이후 전남에서 (영남권 정당 후보가) 처음 당선됐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일"이라며 "호남에서 새누리당에 마음의 문을 열어준 데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더욱 더 호남에 다가가고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현주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의 승리 이전에 호남과 대한민국의 승리"라며 "1980년 광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큰 디딤돌을 놓았다면 2014년 호남 민심은 선거혁명을 통한 지역구도 타파, 진정한 민주정치의 큰 발자취를 내딛었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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