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속인 심진송
어떨 땐 머리가 빠게질 듯 하고, 사지가 뒤틀리는 것 같은 통증이 오는 ‘신병’에 시달리면서도 매일같이 심진송은 ‘깜짝쇼’를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원미사장에서 일이 벌러졌다.

찬거리를 사러 나온 심진송이 봤더니 생선 가게 아줌마의 얼굴에 ‘상운’이 잔뜩 끼어 있었다.

심진송은 나쁜 소식을 전해 줄까말까 한참 망설였다. 그 이유는 생선가게 아줌마는 교회 집사였기 때문에 자신의 말을 믿을 것 같지 않아서 였다. 괜히 봉변만 당할까 두려워하면서도 심진송은 방정맞을 정도의 ‘입놀림’을 참지 못해 터트리고 말았다.

“아줌마, 아저씨 지금 편찮으시죠?”

갑자기 심진송이 불길한 말을 건네자 생선가게 아줌마는 바짝 긴장하면서 되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아슈?”

심진송은 자신의 예측이 맞아떨어지자 더욱 호들갑스럽게 얘기를 늘어놓았다.

“맞죠? 그렇다니까. 아저씨의 병은 초상집에 잘못 가 화근이 됐는데, 무슨 방도를 취해야지 위험할 것 같네요.”

심진송이 자신있게 남편의 죽음까지 예언하자 가뜩이나 심기가 뒤틀려있던 생선가게 아줌마는 버럭 화부터 냈다.

“이 여자가 정말, 불난 집에 부채질하나?”

생선가게 아줌마는 미친 소리하려면 썩 꺼지라면서 생선을 토막내는 네모난 칼을 좌판에 다 냅다 찍었고, 혼비백산한 심진송은 줄행랑을 쳐야했다.

“사흘 뒤에 봤더니 생선가게 문이 닫혀 있더라구요. 남편의 병 때문에 장사를 안 나왔다는 거예요. 그 때도 내 예측이 무섭게 맞아 들어간다는 걸 깨닫고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원미동 시장 일이 잠잠해진 뒤 얼마 후 심진송은 머리도 식힐 겸 약수를 떠오려고 원미약수터를 찾았다. 그러나 그 곳에서 손자를 데리고 약수터로 올라온 할머니를 만났는데, 그 순간 온몸에 알 수없는 전율을 느꼈다.

“내가 보니까 그 할머니 며느리가 집을 나가 버렸어요. 그래서 사실이냐고 물어봤죠. 할머니는 며느리가 바람이 났는지 집을 뛰쳐 나간 후로 소식이 없다는 거예요.”

신내림을 받고 점집을 개업

 
“그런데 우리 며느리가 집을 나간 줄은 어떻게 알우?”

할머니는 웬 낯선 여자가 갑자기 나타나 며느리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자 의아심이 생겼다.

“그냥 알아요. 댁의 며느리 되는 분은 1주일 뒤에나 돌아 올거예요.”

심진송이 마치 며느리와 함께 지내는 것처럼 자신있게 말하자, 그 할머니는 심진송의 집 주소를 물었다.

심진송은 거리낌없이 자기 집을 알려 준 다음 약수터를 내려왔다.

“내가 장담했던 대로 며느리가 1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오자 그 할머니는 너무 용하다면서 나를 찾아왔었습니다. 그런 다음 내가 정식으로 신내림을 받고 점집을 개업하자 첫 손님으로 와서는 ‘보살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처럼 주체할 수 없는 신끼가 발동했기 때문에 심진송은 남편으로부터도 핀잔을 수 없이 받았다.

심진송에겐 때로는 ‘동자신(童子神)이 들기도 했는데, 그럴 땐 남편에게 바나나나 과자를 사오라며 어린애처럼 보채기도 했다.

어느 날 아침,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매만지며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남편을 향해 그녀는 아이 목소리를 내며 이렇게 주문했다.

“우리 동자신이 저녁에 들어올 때 부천시장에서 바나나 사다주면 돈 많이 벌게 해 준다는데요?”

넋 나간 소리를 잘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동자신이 눈으로 보여, 손으로 만져져? 먹고 싶으면 그냥 사다달라고 하지, 왜 동자신을 내세우며 거짓말을 시켜?”

남편이 짜증스럽게 말하자 그녀는 동자신이 정말 먹고 싶어한다고 우겼다.

“내게는 동자신이 눈에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 순간 희한한 일이 벌어져 남편은 몹시 당황했다고 한다. 아무리 헤어 드라이어가 윙윙 돌아가도 머리가 전혀 세워지지 않더라는 것이다. 놀란 남편은 집 밖으로 나가다가 대문에서 또 한 번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 날 하루 종일 그녀의 남편은 아침에 생긴 일을 믿어야 할지 말지로 심란했다.

결국 그녀의 남편은 그 날 저녁 동자신을 위해(?) 바나나를 사 가지고 들어왔던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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