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이 있는 사람은 왠지 모르게 위대해 보이지만,
그 사람은 자신의 과거 의견을 계속 가지고 있을 뿐
그 시점부터 정신 또한 멈춰 버린 사람에 불과하다.
결국 정신의 태만이 신념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옳은 듯 보이는 의견이나 주장도
끊임없이 신진대사를 반복하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고를 수정하여 다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 양승국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어느 음식점 화장실 벽에 걸려있던 경구(警句)이다.

내용이 마음이 와 닿아 베껴왔다. 니체가 한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신념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고, 그렇게 신념이 있는 사람이면 인생살이에 있어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고 지레 짐작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 신념이 남의 주장이나 생각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기만이 옳다고 하는 경우에는, 설혹 그 신념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런 배타적인 신념으로 인하여 사회가 더 시끄러워지고 갈등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물론 사람이 줏대 없이 이에 붙었다 저에 붙었다 하는 기회주의자가 더 배척되어야 할 것이지만은, 계속 과거 의견에 고정된 화석화된 신념을 가진 경우에는 이 사회를 오히려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전 인구의 4분의1을 죽인 캄보디아의 폴 포트라든가 6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 학살뿐만 아니라 애꿎은 문화재까지 파괴한 홍위병, 탈레반 등 우리는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을 역사에서 보지 않는가?

그러므로 니체의 말처럼 아무리 옳은 듯 보이는 의견이나 주장도 끊임없이 신진대사를 반복하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고를 수정하여 다시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니체만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논어 학이편에도 그와 비슷한 말이 나온다고 한다. “바르게 배운 사람일수록 자신만 옳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배움이 깊을수록 완고해지지 않는 것이다.

달리 말해 완고한 사람이란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 속담에도 있지 않은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보통 신념에 가득 찬 사람은 그 행동거지에 있어서 빈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말이나 글에 있어서도 논리가 정연하긴 하나, 자기 주장만 강하게 내세워 부드러움 보다는 딱딱함, 메마른 건조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런 사람에게는 왠지 어딘가 모르게 찬바람이 도는 것 같다. 화장실에서 보았던 니체의 말을 다시금 음미하면서 오늘의 지도자상(像)을 생각해본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완고한 신념으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몰아세우는 지도자이어야 할까? 아니면 부드러움 속에 상대를 포용할 줄 아는 지도자이어야 할까?

우리나라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딱딱한 신념만 가득 찬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신진대사를 반복하여 그 자신들의 완고함이 부드러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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