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치열한 경쟁 예고

▲ 사진은 지난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금융지주사 CEO 간담회에서 김정태(왼쪽 두번째부터)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는 모습
금융권 2014년 해결과제이자 숙제는 무엇일까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2014년 신년사를 통해 "갑오년에는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겠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내실을 다져 위기를 돌파해 나가되,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회사별로 떠안은 현안을 풀어갈 묘수를 찾느라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 임 회장은 지난해 31일 배포한 신년사에서 1894년 일어난 '갑오개혁'을 언급하면서 상시적인 위기상황에 치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봉건제도의 후진성과 외세의 침탈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갑오개혁을 통해 근대적인 제도를 갖춘 나라로 변화한 것처럼, 위기관리 능력을 키워 불확실한 경영여건을 헤쳐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처럼 위기상황이 일상화 돼 버린 시기에는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금융회사의 생사가 달려있다"면서 "올해도 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계열사와의 시너지 발굴·확대, 우리금융그룹 증권계열 인수를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2일 취임식을 갖는 김주하 농협은행장도 "바젤Ⅲ 확대 시행과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축소가 가져올 후폭풍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농협의 수익센터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농협지주는 고객 신뢰도 제고한다. 잇따른 전산 사고와 내부직원 횡령 등 불미스런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방침이다.

임 회장은 "확고한 정보·통신(IT)시스템을 구축해 몇 번의 IT사고로 실추된 공신력을 회복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해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 건전성 개선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는 이 회장의 신년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자산건전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저수익 시대에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근본부터 변화시켜 나가되, 수익창출 체질도 과감히 바꾸자"고 강조했다.

'민영화'에 대한 의지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는 "이번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투자자들의 각 계열사별 호불호(好不好)를 보면서 시장의 평가가 얼마나 냉정한지 생생히 느꼈을 것"이라면서 "민영화에 있어 첫 번째 출발점은 우리 자신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영화가 완료되기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의 마음을 갖자"고 덧붙였다. 이 말은 백리 길을 갈 때 처음 구십리가 나중 십리와 같다는 의미로 무슨 일이든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올해 '변화'와 '실행'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잡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김 회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금융회사가 혁신을 도입하지 못하면 회사의 생존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급변하는 금융 트렌드에 대응하면서 시장을 선도해 나가려면 영업방식과 업권의 경계를 뛰어넘는 금융서비스, 글로벌 마케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즉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고민과 검토를 통해서 방향이 정해졌다면 주저없이 실천해야 한다. 미루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습관이 성공을 이끈다"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 그룹 내부의 역량을 모아 시장 우위를 지켜가겠다는 게 한 회장의 구상이다.

그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개선이 예상되나, 저성장의 큰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한의 존재 가치인 따뜻한 금융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저성장의 그늘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따뜻한 금융은 '금융의 본업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시대 흐름에 맞는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자산을 잘 운용해서 불려주면, 신한을 찾는 고객이 늘고, 이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그는 "저금리 속에서는 여신 위주의 운용만으로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투융자복합상품 등 넓은 관점에서 운용수익률을 높일수 있는 방법을 발굴해야 한다"면서 "노령화 사회에 대비해 은퇴시장 사업모델을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과 해외진출 확대 노력도 계속한다.

한 회장은 "저수익 환경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가벼운 조직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는 상당한 고통이 따르겠지만, 결국에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차별화된 경쟁력이란 값진 열매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없는지 계속 모색할 필요가 있다. 비은행 부문의 글로벌 진출을 시도해보겠다"면서 "이미 진출한 지역에서는 현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 7페이지 가량되는 김 행장의 신년사에는 생사를 거는듯한 각오가 서려있었다.

수은은 올해를 '비상경영, 감량 경영의 해'로 선포하고 모든 사업을 영점 기준에서 타당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추진해 나갈 '비상대책위원회' 를 발족한 데 이어 조만간 여신제도개편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신년에는 수은이 건너야 할 크레바스(crevasse)가 유난히 많다"면서 "가장 큰 숙제는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눈초리로부터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공공기관 정상화는 잠시 피해갈 수 있는 소나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에 따라 모든 여신제도에 대한 신속한 정비가 필요하다. 창의적인 금융상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 이행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김 행장은 "정책금융의 역할은 과게 실물경제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실물경제를) 선도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올해 해외건설·플랜트, 조선해양, 자원개발 등 국가 전략산업에 총 43조 원의 여신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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