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속인 심진송
 새 집 산 남편친구 이사 잘못 가 죽을 운 예언

‘동자신’은 짓궂은 장난을 잘쳐 심진송의 남편을 곧잘 골탕먹였다.

자고 나면 방안의 물건들이 이리저리 옮겨져 있는가 하면, 귀가할 때 지갑에 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숫자까지 맞혔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져 심진송의 남편은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남편은 어느 날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친구인 K씨가 집을 사게 됐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 친구 셋방을 네 댓번이나 전전하더니 드디어 마이 홈을 가지게 됐구만.”

친구가 집 사서 좋겠다는 남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심진송은 되받아 얘기했다.

‘좋을 게 뭐 있어요, 그 분 집샀기 때문에 죽게 될 팔잔데.“

찬물을 끼얹는 듯한 심진송의 말에 남편은 버럭 화부터 냈다.

“아니 축하는 못해 줄망정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를 다해?”

심진송도 덩달아 언성을 높여 말했다.

“물론 기뻐해줘야죠. 그러나 신령님께서 위험하다며 안타까워하시니 날더러 어떡하란 말예욧.”

그 날도 그들 부부는 ‘정신 나간 소리’와 ‘신령의 예지’로 맞서며 티격태격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심진송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태가 심각해 그냥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남편에게 또 얘기해 봤자 콧방귀만 뀔테고 해서 그녀는 남편 몰래 주머니를 뒤져 수첩에서 친구 K씨의 집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자 심진송은 K씨 집으로 지체없이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에게 말해 주지 않으면 그녀 자신의 머리가 터질 정도로 급박했다.

“여보세요?”

마침 K씨 부인이 전화를 받았다. 심진송은 자신이 누구라고 소개하자마자 요점부터 꺼내놓았다.

“새 집을 마련해 축하는 해야할텐데, 이사를 잘못 가 바깥양반이 돌아가시게 됐어요.

어디 점집에 가서 물어 본 다음 액을 풀어주셔야겠네요. 시간이 급해요.“

친구 부인은 느닷없는 죽음 얘기에 얼떨떨했으나. 심진송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비로소 가슴이 후련해졌다.

 '신끼’억제하느라 견딜 수 없는 고통 느껴

 
비난의 화살은 엉뚱한 곳에서 날아들었다. 바깥에서 남편이 전화를 걸어와 그 문제 때문에 호통을 쳤던 것이다.

“왜 함부로 그런 얘기를 해서 새로 이사 간 그 집 분위기를 다 망쳐 놓는거야!”

심진송이 남편 친구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사를 잘못해서 바깥 양반이 돌아가실 것 같다’고 알려준 뒤 불과 한 시간도 안돼 남편으로부터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쓸데없는 간섭 그만둘 수 없어? 창피해서 이거 어디 살 수 있겠나.”

남편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그 날 심진송은 자신의 표현대로 ‘엄청나게’ 혼쭐이 났었다.

그러나 상황은 심진송의 예언대로 불행한 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그 일이 생긴 지 며칠 뒤 남편의 친구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던 것이다.

“그 봐. 내 말을 듣지 않더니.”

심진송은 ‘신끼’로 남편 친구인 K씨가 죽는다는 감이 들었고, 그것은 곧 바로 사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세상을 떠난 남편 친구 분은 어느 날 내 꿈에 나타났습니다. 꿈속에서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웬 남자가 처마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내게로 다가서더니 ‘내가 바로 K요’라고 말을 걸더군요. 그 때 표정이 얼마나 처량했던지...

그래서 우리 부부는 내가 신내림을 받고 난 뒤 사월 초파일 날 절을 찾아가 K씨의 등을 달아주면서 극락왕생을 기원했습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심진송은 한동안 ‘입조심’을 했다. 되도록 바깥 외출도 삼갔다.

주체할 수 없는 ‘신끼’를 애써 억제하느라 심진송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머리가 빠개질 듯 아프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입이 굳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말문이 막혀 며칠 동안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냉가슴앓듯’끙끙거렸다.

“어떨 땐 하루 종일 성가시도록 지껄이더니, 입이 굳어져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나는 집사람의 병이 갈 때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편의 말대로 심진송의 ‘신병(神病)’은 최악의 상태로 접어든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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