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혁기 설교 영상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42·인터폴 적색수배)씨의 측근이 최근 국내에 입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

유 전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혁기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재독(在獨)의사 김모(41)씨가 지난달 국내에 입국했다는 첩보를 입수, 지난 6일 김씨를 경기 수원 시내 모처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말 금수원에서 열린 '제46회 하계수양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해외도피 중인 혁기씨의 행적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는 '키맨'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김씨를 상대로 혁기씨와의 관계, 연락을 주고받은 시점과 횟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혁기씨와는 사업상 관계일 뿐 측근이 아니다"라며 "혁기씨를 지난해 4월 프랑스 파리 전시회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며 연락을 주고받거나 그의 소재를 알지는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혁기씨의 소재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혁기씨는 유 전 회장의 종교·사업상 후계자로서 유 전 회장 사망 이후 검찰 수사의 '몸통'으로 떠올랐다. 미국 거주설, 프랑스 도피설, 멕시코 밀입국설 등이 나왔지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혁기씨는 고문료, 경영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계열사 자금 559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범죄액수로 따지면 유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검찰이 유 전 회장 일가 중 가장 먼저 소환을 통보한 대상도 혁기씨였다.

◇재독 의사 김씨는 누구?

김씨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내부 의사 그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외과 전공의이며 대장암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졌다.

김씨는 현재 내클리어 유럽 지사 부사장 및 독일 내클리어 건강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용 대장세척시스템인 '내클리어'는 병원에서만 가능했던 장세척을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의료기기다.

유 전 회장이 직접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6년 서울국제발명전시회, 2007년 제네바국제발명 신기술 및 신제품 전시회에서 모두 금상을 받기도 했다.

김씨에 대한 혁기씨의 신임은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내클리어 관련 해외 강연 및 유 전 회장의 해외 사진전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그가 최근까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바이버'를 통해 혁기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른바 미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바이버'는 통화나 문자메시지 전송이 가능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다. 앞서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체포된 구원파 신도들의 스마트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바이버' 사용 흔적을 찾아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김씨의 '바이버' 사용 흔적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김씨가 혁기씨와의 관계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의혹만으로 김씨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들여다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를 맑게 해준다" '내클리어' 兪 일가 핵심 사업?

구원파 의사 그룹 인사들이 신도들에게 강연을 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유 전 회장의 도피를 기획·지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옥(49·구속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 역시 대표적인 의사 그룹 멤버다.

뉴시스가 입수한 혁기씨의 설교 영상에서 이 이사장은 신도들에게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클리어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회장의 설교 영상에서도 구원파 의사 그룹 A씨가 강연 말미에 등장해 "유도와 태권도, 스쿠알렌(세모그룹 계열사인 ㈜한국제약에서 만든 상어 추출 건강보조제), 내클리어를 통해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 전 회장과 혁기씨는 평소 설교를 통해 '깨끗한 피'를 강조했다고 한다. 유 전 회장은 "맑은 피가 정신과 영혼을 깨끗하게 만든다"는 주제로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에서 정기적으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내클리어는 '관장을 통해 몸속의 유해가스를 빼내 피가 깨끗해진다'는 논리에 따른 것으로 대부분의 구원파 신도들이 내클리어 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클리어 기계는 한 대당 35만~150만원이며 고급형은 한 세트 가격이 1000만원에 달한다.

내클리어 사업은 유 전 회장 일가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알려졌다. 혁기씨는 미국에서 내클리어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전세계 내클리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내클리어 사업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며 "혁기씨가 이 사업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병언 장남 유대균(44·구속)씨를 기소하면 이제 핵심 수사 대상은 혁기씨"라며 "주변 인물과 사업 관련 의혹을 모두 조사하는 등 혁기씨 검거 및 수사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