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 이강백·연출 이성열, 괸심집중 두 번째 협업

▲ 연극 '즐거운 복희'
극작가 이강백(67)씨와 연출가 이성열(52)씨의 두 번째 합작품인 연극 '즐거운 복희'가 26일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첫 선을 보인다.

어느 한적한 호숫가 펜션 마을이 배경이다.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빚어낸 비극을 통해 선과 악, 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를 묻는다.

지난 40여년 동안 '파수꾼', '결혼', '북어대가리' 등의 희곡으로 연극계에 굵직한 족적을 새긴 이 작가 스스로 '제2의 데뷔작'이라 부를 정도로 애정을 담은 작품이다.

남산예술센터는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정년퇴임한 후 본격 극작생활을 다시 여는 작품"이라면서 "2007년 국립극단이 올린 '황색여관'에서 파생된 주제 아래 4년 동안 7번의 수정을 거쳐 태어난 산고의 결실"이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전작 '봄날'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한 이 작가와 이 연출이 다시 만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봄날'은 절대권력의 아버지와 욕심에만 집착하는 자식들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며 호평 받았다. 1984년 극단 성좌가 초연한 이래 수차례 재공연하며 매번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가의 알레고리와 '굿모닝 체홉' '디너'로 섬세함을 보여준 이 연출의 장기가 드러닌 연극으로 '즐거운 복희'에서도 이 성향이 묻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제국의 백작 작위를 이어받았다는 백작, 펜션에서 사망한 장군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 자서전 대필가, 레스토랑 운영자, 전직 수학교사, 건달 등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호숫가 펜션을 분양받아 모여 있다. 사마안 장군의 딸 복희는 나머지 여섯 펜션 주인들의 '애도 마케팅'에 따라 날마다 눈물지으며 아버지의 묘소를 참배하는 '슬픈 복희'의 삶을 강요당한다.

연극은 '진짜 복희'와 타인이 만들어 낸 '복희 이야기' 사이에서 실재와 허구, 선과 악의 경계와 정체성에 대해 질문한다.

본극과 몇 개의 막간극으로 구성됐다. 본극에서는 호숫가 펜션 주인들이 세속적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복희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막간극은 복희의 독백으로만 이뤄졌다.

호수는 극중 가장 중요한 배경이자 모티브다. 이 작가는 작품을 쓸 때부터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원형무대가 아니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작품에서 호수는 내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면서 "호수나 잠겨있는 물의 이미지는 다른 일반적인 극장들의 프로시니엄 무대에서는 구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라마센터의 공간성과 무대적 특성이 제 몫을 다 하리라는 기대다.

화가 역의 이인철, 백작 역의 이호성, 박이도 역의 강일, 김봉민 역의 유병훈, 남진구 역의 박완규, 조영욱 역의 박혁민, 유복희 역의 전수지 등이 출연한다.

9월21일까지 볼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의 2014 시즌 네 번째 프로그램이다. 이 연출이 이끄는 극단 백수광부가 공동제작한다. 1만8000~2만5000원.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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