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속인 심진송

내림굿 받자 ‘신병’ 씻은 듯 낫고 정신 맑아져

“내림굿을 받았더니 ‘신병’이 씻은 듯 낫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제력이 생겼다는게 가장 좋았습니다. 남의 불행을 미리 예견했더라고 호들갑을 떠는 일들은 없어졌거든요.”

심진송은 신내림이 있기 전까지는 고통과 시련이 심하게 이어지다가, 신이 내린 다음에는 비온 뒤의 햇살처럼 정신이 맑아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신내림을 ‘좌정’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면서, 신의 ‘좌정’이후엔 마음 또한 신의 품성을 닮는다고 덧붙였다.

“그 때 신내림굿을 받았을 때 내 머릿속에는 사명대사 할아버지의 얼굴이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그 분은 내게 특히 정의(正義) 정도(正道) 정심(正心)만 따라 행하라고 강조하셨어요.”

심진송은 신내림 의식은 무속에 있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으로 ‘법도’와 같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무당이 되기 위한 신내림을 받는 과정을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학습무’는 스스로 무속에 관심이 많아서 깊이 파고들다가 신어머니로부터 내림굿을 받는 경우를 가리킨다.

‘강신무’는 대체로 조상신의 영향으로 몸이 심하게 아프거나 신기를 느껴 무당이 되는 경우를 말하며, ‘세습무’는 집 안 대대로 무속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받는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심진송이 무속인이 된 과정은 바로 세 가지 유형 중에서 ‘강신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88년에 무당이 된 심진송은 부천에서 본격적으로 점을 봐 주기 시작했다.

“첫 손님은 서른 세 살 된 주부였어요, 그 여자는 아이가 집 밖에서 놀다가 없어졌는데,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울먹였어요. 백방으로 알아봐도 연락이 없다면서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만 알기만 해도 좋겠다고 하더군요, 점을 쳐 봤더니 살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왔어요. 나는 3개월 안으로 아이는 찾게 되지만 이 세상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점괘대로 그 여자에게 말해줬어요.”

심진송의 첫 번째 점은 그녀가 예견했던 대로 들어맞았다고 한다.

 꿈속서 사명대사 ‘밀양표충사’오라고 길안내

신병(神病)이 심해 무당이 된 심진송이 제법 잘 맞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녀의 점집에는 세상만사가 답답하고 궁금한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왔다.

“점 보러 오는 손님들 중에는 아주 다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에게 죽음이 닥쳐오는 줄도 모르고 엉뚱하게 다른 일을 물어보는 겁니다. 내 눈엔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데….”

무속인들은 이른바 자신의 주특기를 가지고 있다. 누구는 쌀 점을 잘 보고, 어느 무당은 굿을 잘한다는 등 그 나름대로의 영험한 장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심진송의 경우는 엽전 점과 쌀 점, 그리고 칠성 점 3가지를 병행한다. 그녀가 모시는 신령은 사명대사와 동자신인데, 그 중에서도 사명대사 할아버지 말씀이 가장 신통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 사명대사는 자신을 영험의 세계로 인도해 주는 신령이라고 덧붙였다. 어릴 때 두 번이나 죽음의 나락에 떨어졌을 때 만났던 할아버지가 알고 봤더니 사명대사라는 것이었다.

“천도복숭아가 있는 과수원을 가꾸던 그 할아버지가 ‘넌 여기 올 때가 안됐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던 말은 결국 내가 무당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덜어 주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경기도 부천 바닥에서 용하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던 90년 어는 날, 심진송은 또 한 번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 나타난 분은 신령스런 사명대사 할아버지였습니다. 그 분은 자고 있는 나를 깨우시더니 자신이 있는 밀양 표충사에 한 번 다녀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밀양 표충사요, 그게 어디 있는 절인데요?’ 밀양 표충사의 위치를 몰라 망설이고 있다가 잠에서 깨어났는데, 나는 그만 꿈에서의 일을 잊어버렸습니다.

그 다음 날도 나는 꿈을 꾸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사명대사할아버지가 나타나시더니 ‘왜 밀양 표충사에 들를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꾸짖으면서, 그 곳으로 내려가는 길가지 자상하게 가르쳐주시더군요.”

<다음에 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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