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들과 논의하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0일 세월호 유가족의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 반대에 가로막히면서 지도력을 의심받는 등 위기에 봉착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4시30분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안에는 세월호 사고를 수사할 특별검사를 선정할 때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국회에서 추천하는 4명 중 여당 추천 몫 2인을 야당과 세월호 사고 유가족의 사전동의를 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로써 사실상 야당과 유가족의 의지대로 특검을 선정할 수 있게 됐지만 유가족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오히려 유가족은 새누리당이 아닌 자신들이 위원 2명을 추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7시간에 걸친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며 대책을 강구했다. 이 와중에 우윤근 정책위의장과 경기 안산 출신 소속의원 3명을 국회의원회관에 있는 유가족들에게 보내 설득하는 작업까지 했지만 결국 유가족들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이로써 박 원내대표는 지난 11일에 이어 2번째로 합의사항을 관철시키지 못한 셈이 됐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지난 7일에도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 특별법 관련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유가족은 물론 당 소속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11일 새누리당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특검 추천권을 포기하는 대신 진상조사특별위원회 내 위원 구성에서 과반을 확보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유가족과 소속의원들은 특검 추천권 확보 없는 합의는 의미가 없다며 박 원내대표의 방침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재차 협상에 나섰고 전날 다시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 역시 유가족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셈이 됐다.

이처럼 박 원내대표가 2번째로 난관에 부딪히자 당 안팎에서 그의 지도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재합의문을 또다시 임시국회 내에 추인하는 것에 실패했다"며 "결국 7월 임시국회는 법안처리 제로(0) 국회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이유야 어쨌든 산적한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해 정치권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이인제 의원도 "어쩌다 우리 정당정치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국민을 대표하는 일과 특정단체의 동의를 얻는 일도 구분하지 못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박 원내대표에게 "큰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요구했다.

협상 당사자인 이완구 원내대표도 자당 의총에서 "8월7일 합의한 내용이 야당 의총에서 부결됐는데 오늘 또 부결된다면 그 심판은 국민이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진보정당 역시 박 원내대표 공세에 나섰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누구보다 가족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함께 논의하고 풀어가야 할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과 대체 다를 바가 무엇이냐"고 따지며 "이제 더 이상 특검 추천위원 조정으로 흥정하려 들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족들의 동의 하에 특검을 임명하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의원단도 "지난 1차 합의 당시 유가족을 배제한 절차의 문제가 크게 지적됐음에도 양당 원내대표가 재합의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또다시 세월호 가족들과의 긴밀한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유가족과 타당으로부터의 비판공세에 직면한 박 원내대표는 이날 유가족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합의안이 유가족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한 것임을 강조할 계획이지만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1차 합의에 이어 이번 2차 합의에도 불만을 토로한 유가족이 실망감 속에 박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설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열릴 세월호 유가족 전체회의가 변수이긴 하지만 결국 유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박 원내대표는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만약 반대를 무릅쓰고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추인해 본회의에 부친다면 유가족과 진보성향 지지자, 당내 진보성향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합의안을 철회하고 새누리당에 재협상을 재차 요구한다면 박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지도력에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으로부터 협상 상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진퇴양난의 상황임을 의식한 듯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시10분께 의총장인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합의안 반대에 대해 "유가족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단계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비판에는 "비판은 어디든 항상 있다"고 응수하며 "특별법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새정치연합 지도부간 만남이 이날 예고된 가운데 박 원내대표가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성공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월호 사고를 6월 지방선거, 7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세월호 심판론과 연계했던 새정치연합이 유가족들의 강력한 요구 속에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특별법 협상 국면은 박 원내대표 개인은 물론 당의 향후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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