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민주 주도의 1·2세대 정치는 끝났다"

▲ 손잡은 안철수-윤여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5일 창당준비조직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의 공동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신동해빌딩 사무실에서 영입인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윤 위원장님은 제가 이 자리에 있도록 하신 분들 중 한 사람"이라며 윤 전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새정추는 김효석·이계안·박호군·윤장현·윤여준 '5 공동위원장 체제'가 됐다.

마이크를 잡은 윤 신임 위원장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각각 '1·2 세대 정치집단'으로 규정하며 "1·2 세대 정치는 끝났다. 국민의 지독한 불신과 '안철수 현상'이 그걸 증명한다"고 밝혔다.

반면 안 의원에 대해서는 '3세대 정치의 등장'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과거 대 미래'의 구도로 기성 정당과 안 의원을 설명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1948년 건국 이후 20여년 간 건국 시기를 거쳤다. 나라를 세우고, 국가의 기반을 만드는 기간이었다.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지배한 기간으로, '1세대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세대 정치는 민주화 시기에 해당된다"며 "민중주의적 거리의 정치였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새누리당은 1세대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 여전히 권위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이라며 "민주당은 2세대 정치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1세대, 2세대 정치가 충돌하면서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이념을 앞세운 양대 정당의 지속적인 대결이 국가를 둘로 나누는 분열의 정치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안 의원은 '3세대 정치'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고 안 의원에게는 3세대 정치 시대의 문을 열어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 정치라는 게 제 오랜 소망이었고, 안 의원이 추구하는 새 정치가 역사의 명령이라면 아무리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힘을 보태는 게 도리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한 때 안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그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의원이 "윤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김제동, 김여진씨 등 300여명쯤 된다"고 말하면서 서로 멀어진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이후 윤 위원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고, 당시 문 후보에 대한 찬조연설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의 '새정추' 합류를 놓고 정치적 이적이 잦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윤 위원장은 이에 대해 "안 의원과 '결별했었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안 의원이 (2011년에)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했다가 안 하게 되니까 하던 일을 중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 의원의 경우는 대선 때 당선을 도와달라고 한 게 아니었다. 본인이 준비없이 대통령 후보에 나섰기에 당선된다고 해도 국가 운영하는데 정말 자신이 없다고 했다"며 "당선을 가정하고 대통령으로서 잘하겠다고 준비한다는 것인데 경험있는 사람으로서 그걸 안 도와주는 건 명분이 안 섰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안 의원이 창당 후 6월 지방선거에 임하는 게 옳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창당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지방선거 같은 전국단위 선거에 참여하는데 창당 후 후보를 등록하고 선거를 치르는 게 맞다"고 했다. 다만 "안 의원은 짧은 시간 내에 당을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일 것"이라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당을 만들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지난해 8월부터 수차례 윤 위원장과 접촉해 함께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이 굉장히 집요해졌다"는 윤 위원장의 말에 안 의원은 "저는 원래 집요했다"며 웃으며 응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윤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된 안 의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관련해 "당연히 (참배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면, 참배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사과 이후) 끝내 참배를 안 했다. 제가 문제제기를 했더니 당내 이견 때문에 고충이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윤 위원장과 함께 새정추 합류인사로 거론되던 박선숙, 김성식 전 '안철수 대선캠프' 인사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안 의원은 향후 합류인사에 이들도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1~2월을 거치면서 (합류 인사에 대해) 계속 말씀드리겠다"며 "소개할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새정추는 오는 6일 '5 공동위원장 체제' 하에서 첫 회의를 열어 창당 등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음은 윤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처음 영입소식을 듣고나서 의아했던 점은 두분 결별한 걸로 알고 있다. 다시 재결합하게 된 이유는.

"이혼했던 부부가 다시 결합하는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다. 결별이라고 했는데 그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 당시 상황이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했다가 안하게 되니까 하던 일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하던 일이 없어져서 그렇게 된 것이지 좋지 않은 갈등이 있어서 결벌한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것은 저로서도 뜻밖의 일이었다. 여러차례 가까운 분들이 와서 제게 부탁을 했지만 사양했다. 그랬는데 나중에 문 의원이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고 해서 조찬을 2시간 했는데 당선을 도와달라는 부탁이 아니었다. 본인이 준비없이 대통령 후보에 나섰기에 당선된다고 해도 국가를 운영하는데 정말 자신이 없다. 두려움이 있다. 밤에 잠이 안온다고 하면서 제가 썼던 책이나 언론인터뷰를 읽어봤는데 좋은 얘기 많이 했는데 제가 당선된다면 어떻게 국가를 운영해야 할지 만드는데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때 사양하다가 끝내 허락했다. 왜냐면 선거에 당선을 도와달라는게 아니라 당선 가정을 하고 대통령으로서 잘하겠다고 준비한다는 것인데 경험있는 사람으로서 그걸 안도와주는 건 명분이 안서고 대통령이 된 후 나라를 잘 다스리면 좋은 일이다. 승낙 조건으로 선거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걸 약속하자고 그랬다. 제가 한나라당 출신 대의원이었기에 반대당에 와서 선거를 한다는 것은 도의가 아니라고 했다. 문 의원도 선뜻 수락했다. 그래서 잠깐 일했다. 그게 전부다."

-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문재인 의원을 비판한 적이 있다. 문 의원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안철수 의원쪽으로 간 것인가.

"그거와는 관계없다. 민주당 의원들이 구성한 포럼에서도 발표해 달라고 해서 몇번 얘기한게 있다. 어디 가서나 저는 할 말을 하는 사람이다. 민주당이 들으면 언짢을 얘기도 했다."

-1세대 정치, 2세대 정치라는 언급을 했다. 안철수 의원은.

"3세대 정치다. 3세대 정치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고 3세대 정치 시대의 문을 열어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어떤 과제를 짊어지고 있느냐는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개인의 생각이고 안 의원이나 공동위원장들의 말을 들어야 하고 부족한 점도 들어야 한다. 적절치 않고 양도 방대하다. 다음 기회에 말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새정추가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한데 대해 진보진영의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거 당연히 해야 한다고 본다. 문 의원과 만나던 그날도 박근혜 후보가 과거에 대한 사과하는 얘기를 하는 날이다. 문 의원도 박 후보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고 보고 사과하면 참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끝내 참배는 안했다. 중간에 제가 문제제기했다. 왜 약속 안지키냐. 당내 이견이 있어서 고충이 있다고 했다. 당연히 참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위원장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새정추가 지방선거에서 창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개인생각으로는 창당하는게 맞다. 지방선거와 같은 전국 단위 선거에 참여하는데 창당하고 당연히 후보등록하고 선거를 치르는게 맞다. 그런 당위성이 있다. 다만 당을 만들수 있느냐는 여러가지 준비가 있어야 한다. 과거 김대중·김영삼때는 당을 쉽게 만들었다. 확고한 지역기반과 오랜 정치생활을 통한 충성적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안 의원은 짧은 시간에 당을 만든다는게 어려운 일일 것이다. 물리적으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신당을 창당할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원론적으로는 창당하는게 맞다."

-상당기간 안 의원과 떨어져 지냈다고 들었다. 안 의원이 정치 입문 후 어떤 면이 달라졌나.

"8월초 오랜만에 만난 이후 5개월새 8번 정도 만났다. 두드러진게 굉장히 집요해졌다. 3년전 청춘콘서트 진행하고 청춘콘서트 끝난 후 기획하는 과정에서 받았던 인상은 그땐 두번까지면 몰라도 3번은 같은 부탁을 안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끈질기게 하는걸 보고 이 양반 굉장히 변했다. 굉장히 강인해졌다는 인상 받았다. 3년전 청춘콘서트 할 때는 연약하고 너무 순수했다. 그런걸 느꼈는데 한국 정치가 사람을 빨리 오염시켜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강인해졌다. 두가지가 상당히 변했다. 현실정치를 보는 눈도 수준이 완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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