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촌지하차도 도로함몰 사고 현장 점검하는 관계자들
서울시가 지난 5일부터 송파구 석촌지하차도에서 잇따라 발견된 7개의 도로함몰과 동공이 잘못된 지하철 9호선 터널 굴착 공사 때문이라고 확정지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28일 오전 시청 2층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도로함몰에 대한 민간 조사위원회의 원인조사를 발표하고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서울시는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민간 조사위원회를 꾸려 석촌지하차도를 비롯해 송파구 일대에서 발견된 크고 작은 도로 함몰 및 동공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민간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석촌 지하차도에서 발견된 동공은 지하철 9호선(919공구) 실드터널 공사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실드공법으로 공사 중인 다른 구간은 동공 등 이상 징후 없이 안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촌지하차도 지하철 공사구간은 과거 한강이 흐르던 지역을 매립해 만든 지역이다. 이에 지질이 모래와 자갈 등으로 이뤄진 충적층 구간과 화강편마암 지질이 섞여 있다.

조사위는 지하철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이 구간에 터널 공사를 시행하면서 충분한 지반 보강을 하지 않아 도로 밑에 있던 모래와 자갈이 터널 공사 지점까지 유출돼 동공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공발생 위치를 봐도 충적층 내에서 터널 굴착 기기가 오랜 시간 멈춘 위치에서 대규모 동공이 발생했고 발견된 동공은 이미 공사 완료된 지하철 터널 방향을 따라 위치해 있었다.

아울러 석촌지하차도 왕복 4차선 중 지하철 공사가 시행되지 않은 구간에서는 동공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동공 발생의 또 다른 원인으로 추정됐던 제2롯데월드, 광역 상·하수도관 등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지하터널을 뚫는 공사에는 지상에서 구멍을 뚫고 지반을 굳어지게 만든 다음 파는 수직공법과 지하에서 기기를 통해 터널을 뚫으며 주변 지반을 보강하는 수평공법이 있다.

삼성물산은 당시 석촌지하차도에 많은 구멍을 뚫어야하는 제약이 있어 서울시와 도로관리 부서 등과 협의한 다음 수평공법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에 들어가기 전 지반이 내려앉을 위험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보강 등의 작업을 추가로 벌이기로 하고 공사에 착수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당초 서울시에 보고했던 터널 굴착 기기와 다른 기기를 사용했다.

삼성물산은 터널 굴착 기기의 앞부분에 위치한 커터 교체 시 주변 지반에 채움재를 넣는 구멍을 42개 달린 기기를 사용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실제 공사에서는 구멍이 8개 뿐인 기기를 사용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또 지반 굴착 시 기기를 통해 유출되는 토사량이 기본적으로 배출되는 것보다 많은 양이었지만 이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아 지반침하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물산이 지난해 5월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감리단에 보고한 일일 작업일지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터널 공사 시 유출되는 토사 등의 굴착량은 2만3842㎥다. 하지만 실제 굴착량은 2만7159㎥로 3317㎥(14%)가 많이 굴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시는 조사위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정밀조사 기술 용역을 시행, 동공발생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공학적 원인 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하철 터널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인 9호선 현장에 계측기 703개를 설치해 모니터링한다.

주변 건물과 지하차도 구조물에도 53개 계측기를 추가 설치해 전문가 등 12명의 계측 기동점검반을 운영해 특별관리하고 주민안심 상담창구를 개설해 상시 운영하는 등 지역주민 걱정 해소에도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신속한 복구를 위해 지난 16일 전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시공사의 원활한 복구 지원을 위한 기술자문·행정지원 등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현재 시공사가 제출한 복구계획을 검토 중에 있으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석촌지하차도 일부 차선을 재개통 하는 등 신속한 복구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또 지하철 9호선 3단계 공사에 남아있는 실드터널 구간의 충적층 등 연약한 지반 공사는 전문가의 폭넓은 자문을 구해 시공사의 시공계획을 검토, 확실한 안전대책을 수립 한 후 공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연평균 681건이 발생하고 있고 매년 발생 빈도가 증가 중인 도로함몰과 관련, 노후 하수관 등 주요 발생 원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특별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노후 하수관로 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해 2021년까지 5000㎞, 연평균 약 680㎞의 노후 하수관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73%에 달하는 20년 이상 노후 하수관 관리를 강화한다.

이를 위한 비용은 당장 내년부터 올해보다 1017억 증액된 2200억 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특별회계만으로는 부족한 상태다. 이에 서울시는 연간 부족액은 약 1000억 원을 국비지원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어 대형 굴착공사장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시는 모래·점토·자갈 등으로 구성된 충적층을 통과하는 터널공사 구간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착공 전과 준공 시에도 동공 발생여부에 대한 조사결과를 제출토록 할 계획이다.

2015년부터는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대형공사장에 '도로함몰 전담 감리원'을 신규 배치해 관리를 강화한다.

지하건축물이 증가함에 따라 지하수 유출량도 점차 증가해 도로함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하수 관리도 강화한다.

현재 '지하수 영향조사' 의무대상에서 빠져 있는 대형 굴착공사장이 포함되도록 '지하수법'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선제적 대응을 위해 도로파손시 '신고 후 조치'하던 방식을 '신고 전 사전탐지'로 전환하고 첨단장비 확충, 중점관리지역 지정, 도로함몰 관리지도 구축 등으로 뒷받침하기로 했다.

도로함몰과 관련한 정보를 시민과 보다 활발히 공유하고 정책참여도 활성화하기 위한 다각도의 시도도 이뤄진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최근 서울 곳곳에 발생된 도로함몰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예방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민들도 주변에 이상 징후 발견 시 120 다산콜센터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기자설명회에 참석한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은 "서울시의 발표내용을 존중한다. 저희가 관리하는 공사구간에서 발생한 문제이므로 책임지고 복구하겠다"며 "무엇보다 시민안전을 위해 서울시와 협조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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