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지난 12월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사가 해를 넘겼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인적쇄신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특단의 조직개편안을 내놓은 상태. 하지만 해를 넘기도록 인사를 마무리 짓지 못해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가 무색해졌다.

6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인사가 상당기일 지연되고 있다"며 "인사에 신중을 기하려다보니 정기 인사 단행이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2009년 이래 최근 4년간 연말에 정기 인사를 단행해왔다. 특히 올해는 지난 10월 '김연아 목걸이' 사건으로 알려진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비리 문제가 발생하면서 인적 쇄신 차원에서 정기인사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는 '영업통'인 고재호 사장이 '강단'의 대명사로 통하는 인물이기 때문.

그가 영업 일선에서 뛰던 시절 아프리카 앙골라 내전 국가로 출장을 오가며 일감을 따낸 것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 선주사들의 무리한 가격 할인 요구에도 아랑곳 않고 뜻을 관철시킨 일화는 아직도 업계에 회자된다.

고 사장은 이번 사건에서도 부사장, 전무, 상무 등 임원 60여 명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백화점식 비리'에 대해 강력한 후속조치를 진행했다.

이어 지난 11월29일 납품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개편안과 인적 쇄신 차원에서 임원 10여명 내외를 사직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지난해 비리 문제와 연루된 임원들은 이미 권고사직된 상태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조직 개편과 맞물려 고위 임원 10여 명을 물러 앉히겠다고 했던 인사방침이 실현됐는지는 불투명하다. 대우조선해양은 빠르면 이번 내에 인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지만 이것 역시 불투명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상당수 임원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난 상태지만 인적 쇄신 차원에서 사직처리하기로 했던 임원 10여 명의 사퇴 여부는 정기 인사 발표가 나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의 핵심이 비리 문제에 대한 문책성 인사다 보니 고 사장이 규모와 범위를 쉽사리 결정 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 따르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임원 사직처리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지만 이에 내부 잡음도 새어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조직개편안 발표와 함께 "세계적으로 윤리경영의 모범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대우조선해양의 결기가 머쓱해졌다.

한편 고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지난 2013년의 경험을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윤리경영을 철저히 실천하겠다"는 것을 첫 번째 경영방침으로 밝혔다.

그는 "명실공히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하여 엄격한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모든 비리나 잘못된 관행을 확실히 뿌리 뽑도록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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