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에 걸친 추석(8일) 연휴,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함을 안겨줄 수 있는 뮤지컬·연극을 소개한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초연 라이선스 뮤지컬부터 거장의 품격이 느껴지는 연극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뮤지컬 ‘프리실라’

성전환자 1명, 게이 2명 등 3명의 드래그퀸(여장 쇼걸)이 버스 ‘프리실라’를 타고 호주의 오지로 공연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동명 호주영화(1994)가 원작이다.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등을 통해 ‘꽃중년’으로 불리며 스타덤에 오른 조성하의 뮤지컬 데뷔작으로 눈길을 끈다. 드래그퀸 일행의 리더로 인생을 관조하는 품위 있는 매력의 ‘버나뎃’을 통해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뮤지컬스타 고영빈과 김다현이 이 역에 트리플캐스팅됐다.

한번도 만나지 못한 아들과 만나기 위해 프리실라 팀을 꾸리는 ‘틱’ 역은 뮤지컬스타 마이클 리를 비롯해 뮤지컬배우 겸 가수 이지훈, 뮤지컬배우 이주광이 나눠맡는다. 인기와 실력을 겸비했으나 트러블 메이커로 각종 사고를 치는 ‘아담’은 보컬그룹 ‘2AM’ 멤버 조권과 뮤지컬배우 김호영과 유승엽이 나눠 연기하고 있다.

마돈나와 신디 로퍼, 티나 터너 등의 히트곡으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번이 국내 초연이자 첫 라이선스 공연이다. 2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설앤컴퍼니·CJ E&M 공연사업부문·설앤컴퍼니·눌라보 프로덕션·MGM 온 스테이지. 5만~13만원. 클립서비스 1577-3363

◇뮤지컬 ‘레베카’

▲ 레베카
1938년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기반이다. 1940년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영화로 재탄생시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사고로 죽은 ‘레베카’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과 그런 막심을 사랑하는 ‘나’, 나를 쫓아내려 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등이 막심의 저택 ‘맨덜리’에서 얽히는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린다.

뮤지컬배우 민영기, 오만석, 엄기준이 아내의 의문사 이후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영국의 상류층 신사 막심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오만석은 지난해 ‘레베카’ 라이선스 초연 멤버다. 민영기와 엄기준은 이번에 새로 합류했다.

‘레베카’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댄버스 부인으로는 뮤지컬배우 옥주현과 신영숙, 리사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옥주현과 신영숙은 지난해 초연 멤버로 실력과 카리스마를 입증했다. 리사는 이번에 가세한다.

순수한 여인에서 댄버스 부인과 대립하며 점점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해가는 ‘나’는 뮤지컬배우 임혜영과 오소연이 번갈아 연기한다. 6일부터 11월9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볼 수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02-6391-6333

◇뮤지컬 ‘조로’

가수 휘성이 데뷔 12년 만에 뮤지컬배우로 나서는 작품이다. 어드벤처 뮤지컬을 표방하며 ‘위 윌 록 유’, ‘킹 & 아이’ 등의 뮤지컬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렌셔가 연출을 맡아 2008년 첫선을 보였다.

스릴 넘치는 검술과 천장을 넘나드는 스턴트 애크러배틱이 눈길을 끈다. 특히, 스페인 전통춤인 플라멩코와 전통 플라멩코 리듬에 현대적인 팝 선율을 가미한 ‘집시킹스’의 음악이 일품이다. 2011년 공연제작사 쇼팩이 국내 초연했다. 서울 한남동 뮤지컬 전용극장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개관작이다. 당시 뮤지컬스타 조승우와박건형이 조로로 나섰다.

3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무대에서 조로 역에는 휘성과 함께 뮤지컬배우 김우형, 뮤지컬에서 활약 중인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키, ‘비스트’ 멤버 양요섭이 쿼드러플 캐스팅됐다.

‘프랑켄슈타인’으로 물이 오른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을 비롯해 홍유선 안무가,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 민경수 조명감독, 권도경 음향감독 등이 리부트 했다. 10월26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5만~13만원. 엠뮤지컬아트·CJ E&M 공연사업부문 02-764-7857

◇뮤지컬 ‘시카고’

뮤지컬스타 최정원과 아이비의 호흡이 눈길을 끈다. 10번째 시즌을 맞이한 올해 최정원이 ‘벨마’, 아이비가 ‘록시’ 역을 맡는다. 멀티 캐스팅이 흐름인 요즘, 두 사람이 배역에 단일 캐스팅으로 나서 눈길을 끈다.

최정원은 2000년 ‘시카고’ 한국 초연부터 지금까지 한 시즌도 빠지지 않으며 오랜 기간 톱 뮤지컬배우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키스미 케이트’로 뮤지컬에 데뷔한 가수 아이비는 2012년 ‘시카고’로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여우 신인상을 거머쥐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고스트’를 통해 뮤지컬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이미 ‘키스미 케이트’(2010), ‘시카고’(2012), ‘고스트’(2013~2014)에서 호흡을 맞췄다.

재즈와 갱 문화가 발달한 1920년대 격동기 미국이 배경이다. ‘관능적 유혹과 살인’이라는 테마로 당시 부정부패가 난무한 사법부를 풍자한 작품이다. 1975년 미국의 대표적인 안무가 겸 연출가 보브 포스에 의해 초연됐다. 28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5만~12만원. 신시컴퍼니 1544-1555

◇연극 ‘만파식적 도난사건의 전말’

국립극단이 가을 마당으로 선보이는 ‘삼국유사 연극만발’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김민정 작가와 박혜선 연출의 합작으로 ‘만파식적 설화’가 바탕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판타지물이다.

만파식적은 전설의 피리다. 신라 신문왕 2년에 용에게서 대나무를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고려 후기의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는 효소대왕 때 화랑 부례랑의 실종과 함께 만파식적을 도난당했다고 적혀 있다. 이후 부례랑의 귀환과 함께 되찾지만 다음 원성왕 때까지 보관되다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은 이 단 두 줄의 기록에서 출발했다. 조화와 치세의 상징인 만파식적을 현대인이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가정이다.

전설의 피리를 갖기 위해 욕망의 정쟁을 벌였던 신라의 이야기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의 욕망에 충실한 현대인의 모습이 병치된다. 길강 역의 김주완을 비롯해 김수현 성노진 오민석 등이 출연한다. 5~21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 1688-5966

◇연극 ‘가을소나타’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가 데뷔 6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작품이다. 스웨덴 영화감독 잉마르 베르히만의 1978년 동명영화를 연극으로 각색했다.

베르히만의 후기 성향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성취욕이 남다른 유명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샬럿’과 그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딸 ‘에바’가 7년 만에 재회한 후 빚는 갈등을 사실주의적 표현기법으로 그린다.

1955년 ‘사육신’으로 데뷔한 임 연출은 ‘고도를 기다리며’, ‘위기의 여자’,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그리고 최근 연출한 ‘챙!’까지 60년간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오며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가을소나타’를 위해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을 비롯해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배우 손숙·한명구·서은경이 뭉쳤다. 6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3만~5만원. 신시컴퍼니 1544-1555

◇연극 ‘즐거운 복희’

극작가 이강백씨와 연출가 이성열씨의 두 번째 합작품으로 어느 한적한 호숫가 펜션 마을이 배경이다.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빚어낸 비극을 통해 선과 악, 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를 묻는다.

이 작가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정년퇴임한 후 본격 극작생활을 다시 여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전작 ‘봄날’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한 이 작가와 이 연출이 다시 만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마안 장군의 딸 ‘복희’가 여섯 펜션 주인들의 ‘애도 마케팅’에 따라 날마다 눈물지으며 아버지의 묘소를 참배하는 ‘슬픈 복희’의 삶을 강요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진짜 복희’와 타인이 만들어 낸 ‘복희 이야기’ 사이에서 실재와 허구, 선과 악의 경계와 정체성에 대해 질문한다. 호수는 극중 가장 중요한 배경이자 모티브다. 이 작가는 작품을 쓸 때부터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원형무대가 아니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21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볼 수 있다. 1만8000~2만5000원.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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