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4 지방선거 과정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들에 대해 벌금형 등이 선고됐다.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의 경우 그 정도가 가벼울지라도 비교적 엄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이달 초 광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에서 이뤄진 관련 판결들을 살펴봤다.

#. 문자메시지 대량 발송

광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마옥현)는 6·4 지방선거 당일 2만7066명의 군민에게 특정 군수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A(44)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전남 한 지역 모 군수 후보 선거사무실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던 A씨는 지난 6월4일 오후 4시부터 30여분 동안 선거사무실에서 문자메시지 발송전용 전화기를 이용, '바꿉시다. 새롭고 좋은 사람으로' 등의 문구가 담긴 메시지를 대량 발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가 문자를 보낸 사람이 해당 지역 선거인수의 56%에 이른다"며 "특정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이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A씨는 선관위에 구체적 문구는 문의하지 않은 채 투표독려를 위한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이 가능한지만을 물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표 마감시간인 오후 6까지 2시간 정도 남아있었던 점, 당시 투표율을 감안한다면 A씨의 행위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이 같이 판시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투표마감시각 전 까지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지난 4월5일부터 같은 달 7일까지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지역민 109명에게 전송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B(48)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 특정 정당 반대 광고물 게시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게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이 남성은 지난 5월31일 오후 8시10분께부터 같은 날 오후 9시30분께까지 광주 광산구 한 주민센터 앞 길거리에서 '그래도 ○○○당은 아니잖아요' 라는 내용의 글이 적힌 가로 55㎝, 세로 40㎝의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의 규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가족들과 술을 마신 뒤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등을 감안해 이 같이 판시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 '호의적 기사써 달라' 돈 건넨 정치인

인터넷 매체 기자에게 '호의적 기사를 써 달라'며 돈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50대 여성 정치인에게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C(57·여·당시 예비후보자 신분)씨는 지난 5월3일 오후 8시30분께 광주 서구 한 건물 앞길에서 모 인터넷 매체 기자에게 '나에 대한 좋은 기사 하나 써 주십시요' 라고 부탁하며 현금 20만원(5만원권 4장)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관한 보도·논평과 관련해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 간행물을 경영·관리하거나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사람에게 금품·향응 기타 이익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재판부는 "인터넷 언론 매체를 매수해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를 게재하게 할 의도로 기자에게 돈을 준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에게 준 돈의 액수가 많지 않은 점, 기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수하면서 실제로 유리한 기사가 게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 같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C씨는 이와 별도의 공직선거법 위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선거 분석 기사 복사 배포

신문에 실린 선거 분석 기사를 복사해 합동유세장에서 배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50대에게는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D(57)씨는 지난 5월26일 전남 한 지역 군수후보 합동 유세현장에서 지방신문에 실린 선거 관련 기사 복사물 5장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에 관한 기사를 게재한 신문·통신·잡지 또는 기관·단체·시설의 기관지 기타 간행물을 통상 방법 이외의 방식으로 배부·살포·게시·첩부하거나 그 기사를 복사해 배부·살포·게시·첩부할 수 없다.

#. 허위사실 공표

같은 재판부는 특정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과 함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E(57)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E씨는 지난 5월31일 오전 10시께 전남 한 지역 지인의 집 앞에서 '모 군수 후보가 불법선거를 저지르다 발각됐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지인에게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유권자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항이자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 같이 판시했다.

하지만 허위사실이 더이상 전파되지 않은 사실 등을 감안, 이 같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 투표용지 촬영 40대 선고유예

제12형사부는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40대 남성에 대해 형(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남성은 선거 당일인 6월4일 오전 8시5분께 전남 한 지역 마을회관에 설치된 기표소에서 특정 후보자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혐의다.

재판부는 "투표용지를 촬영한 것은 비밀투표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이지만 직업적으로 사진을 찍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점, 찍은 사진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은 사실 등을 감안해 선고를 유예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종 불법행위로 법정에 선 이들은 법률의 부지(不知), 사실관계의 오인 등을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하는가 하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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