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3파전'?…KB금융 vs 현대家 대결구도

▲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본점의 모습.
현대증권 인수전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현대증권은 자산기준 업계 4위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22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업 철수를 결정했다. 주력계열사인 현대증권을 비롯해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을 증권 시장에 내 놓았다. 소매영업은 물론 IB와 해외사업까지 다루는 현대증권은 증권사 중에선 비교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고있는 만큼 인수에 눈독 들이는 곳이 적지 않다.

매각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가격이다.

9월 말 기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주식 5300여만주의 장부가액은 5900억원대, 시장에선 프리미엄을 고려한 매각가격을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그런만큼 누가 새 주인이 될 지에 증권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3곳.

 제일 먼저 KB금융지주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현대증권 인수를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범(凡) 현대가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도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증권가에서 현대증권 인수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KB금융그룹.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일 현대증권, 동양증권, 대우증권 등 향후 시장에 매물로 나올 증권사 관련해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인수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만큼 현대증권 인수에 집착을 보이고 있다.

 현재 KB금융 산하에는 KB투자증권(대표 정회동)이 있지만 2013회계년도 상반기 기준으로 총자산 2조1천607억 원, 영업수익 3천324억 원, 순이익 52억 원에 그쳐 대형 증권사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면 현대증권은 총자산 20조1천469억 원, 영업수익 1조2천584억 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자산규모로는 국내 5위의 대형 증권사로 앞서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실패한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KB증권과 합칠경우 단번에 증권업계 자산규모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욕심을 낼만한 대목이다.

 다음 거론 되고 있는 곳이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은 HMC증권을 갖고 있지만 외형을 살펴보면 현대증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HMC투자증권은 2013회계년도 상반기 기준 총자산이 6조9천25억 원, 영업수익이 1천900억 원, 순이익이 28억 원을 기록해 덩치가 현대증권의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현대차그룹 소식에 밝은 한 증권계 관계자는 “현재 증권시장 일각에선 현대자동차 그룹의 현대증권 및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일괄 인수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현대차그룹 핵심 관계자와 현대그룹 핵심 관계자간 현대증권 관련 M&A(기업 인수) 방향에 대해 교감이 오간 것 같다는 얘기가 시장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현대증권은 정몽구 회장의 선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벌려놓은 사업이라는 상징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현대건설을 인수하며 현대가의 장자로서 정통성을 이어받은 정몽구 회장이 현대증권을 남의 손에 넘길 리 없다는 것이 증권가에 돌고 있다.

 특히 IB(투자은행)전문가인 김홍제 사장이 지난해 말 선임된 사실을 놓고 현대증권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사장은 2011년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HMC투자증권 IB본부 본부장을 지낸 인물로 현대증권은 IB업무 인가를 받은 5개 증권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거론되고 있는 곳이 현대가의 일원인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CJ투자증권을 인수해 하이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은 2013회계년도 상반기 총자산이 5조6천억 원, 영업수익은 1천918억 원, 순이익은 -16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현대증권을 인숳ㄹ 경우 단번에 업계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2008년 CJ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 뛰어들었지만 앞서 현대차의 사례를 참고해 현대라는 이름을 회사명에 사용하지 않았다. 현 하이투자증권이다.

 물론 현대증권이 범 현대가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인수전에 나서질 않을 가능성도 크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불황기에 현대증권을 떠맡을 수 있는 기업도 역시 범 현대가의 일원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범 현대가의 경영권 분쟁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뭉치는 명민함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사후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으로 경영권 위기를 맞았을 때다.

 당시 현대그룹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43만주를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순영 성우그룹 회장 계열 '현대시멘트'와 정몽헌 회장의 형 정몽근 회장 계열 '현대백화점', 정 명예회장의 매제인 김영주 명예회장 계열 '한국프랜지' 등 5∼6곳에 매각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이번 사태도 범 현대가 중 총대를 매는 일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는 이유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해 7000억~1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보다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가격만 적당하다면 다른 범 현대가에서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계열사 매각을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세부적인 매각방안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금융권과 협의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핵심사업의 한 축인 금융부문을 매각하는 고통이 있지만 이번 자구계획으로 그룹의 유동성문제를 해결하고 핵심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금융권과 협조해 시장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대증권의 새로운 주인은 KB금융그룹과 현대家의 3판전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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