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자구안 이행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앞서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내놨다. 지난 7월에는 그룹 내 물류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를 매각하면서 자구안의 80%(2조6646억원) 가까이를 이행했다.

현대그룹은 앞으로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3사의 매각을 원활히 진행한다면, 자구안 대부분을 마무리 짓게 된다.

다만 현대증권 등 금융3사의 매각 기대가격과 인수 희망가격 간의 차이, 증권 업황 악화 등의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등 금융3사 공개매각에서 오릭스와 자베즈파트너스와 파인스트리트 등 사모펀드들은 예비입찰 후보로 선정됐으며, 본 입찰은 내달 중 진행될 예정이다.

당초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8월 중에 본 입찰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현대그룹 측이 "인력과 점포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비용을 절감한 뒤 경쟁력을 높여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일정이 늦춰졌다.

매각 일정을 조정했지만,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증권 업황이 악화되면서 현대증권 매각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재벌닷컴이 매출 상위 28개 증권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원 수가 1년 새 약 3800명, 10.3%나 감소했다.

28개 증권사 가운데 23곳의 직원 수가 줄었는데,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동양증권이다. 전체의 3분의 1인 903명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났다.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도 500명 넘게 감축했다. 지점과 출장소 등을 합친 국내외 영업점은 1년 전보다 229개, 15%나 감소했다.

최근 1년간 증권사 직원 수와 영업점 감소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업황 침체 속에서 인수 희망자가 적극적이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매각 기대가격과 인수 희망가격의 간극이 벌어지는 것도 골칫거리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증권 등 금융 3사의 장부가격은 6000억원 정도.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할 경우 현대그룹은 금융 3사의 매각 가격을 7000억원~1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금융 3사의 매각 가격을 4000억원~5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업황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에는 주가가 1만8468원을 기록한 적도 있고 2010년에는 1만5000원 정도였지만 지난해 초 주가가 9000원대 초반으로 주저앉더니, 지난 2월11일에 5370원을 찍었다. 현재는 7850원대로 최고가와 비교하면 반 토막도 안 되는 상태다.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외부 컨설팅을 받은 결과, 연간 1000억원의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이를 위해 현대증권은 600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려고 했지만, 노사의 반발에 부딪혀 400명선에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 이외에 전국의 지점 18개 축소, 지방 사옥 매각 등을 진행하고 있고, 성과향상 프로그램과 부장직급 연봉제 등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이뤄질 사항이 있기 때문에 아직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를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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