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권오준 회장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동부인천스틸, 동부발전 당진 패키지 인수를 포기한 포스코는 최근 2개월 사이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 결정하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LNG터미널,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등 3개 사업의 지분·자산 매각을 결정한 데 이어 8월에도 포스코특수강, 백화점 등의 사업도 정리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권 회장의 지휘 아래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를 화두로 비주력 계열사를 무더기로 매각하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하지만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권 회장은 3월14일 취임 이후 한 해 투자액까지 대폭 축소하며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실 경영을 주문했다.

그러나 수익성을 높인다는 대전제가 있더라도 실적을 내고 있는 알짜 계열사는 매각하고 실적이 부진한 부실 계열사는 품에 안는 구조조정 방식은 논란이다.

◇알짜 계열사 줄줄이 매각... '수익성 확보 어떻게'

포스코의 지분·자산 매각 대상에는 알짜 계열사가 대거 포함돼 있다.

특히 LNG터미널 사업은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으로 손꼽힌다. 해외에서 LNG전용선으로 들여온 액체상태의 LNG를 탱크에 저장한 후 기화 처리해 공급하는 설비인데, 국내 하나뿐인 민간기업의 LNG기지다.

국내 발전회사나 일본의 종합상사 이토츠(Itochu) 등에 탱크 임대사업을 통해 수익이 꾸준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현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보니 쉽고 빠르게 판매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 따라 지분 매각 대상에 이름이 올라갔다.

포스화인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률 12.8%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양호한 알짜 계열사.

철강 부산물인 슬래그를 분말화해 시멘트업체에 판매하는데, 지난해 매출액 290억원 중 계열사, 주주 등 특수관계자의 매출 비중이 169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가 69.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동양시멘트, 쌍용양회공업, 라파즈한라시멘트 등 시멘트 회사들이 각각 10.2%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건설업 불황기에도 지난해 37억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한 것도 의외라는 게 시장의 반응. 포스코가 72.1%의 지분을 보유한 포스코특수강은 지난해 매출 1조3167억원, 영업이익 301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물론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가열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흑자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각 결정이 섣부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직면해 있다.

◇적자 계열사는 껴안아… 구조조정 방향에 '갸우뚱'

반면 포스코플랜택, 포스코엠텍, 포스코ICT 등 적자 계열사들은 이번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전제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장밋빛 미래는 기약할 수 없는데도 권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품에 안았다. 수익성이 보장된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면서까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이 각각 34.52%와 7.43%로 4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플랜텍의 경우도 지난해 7월 성진지오텍을 흡수합병하면서 실적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이었고, 합병에 따른 실적 감소로 2012년 6억원대 영업흑자에서 630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6년간 쌓인 적자는 3973억원에 달한다.

올해 초에는 포스코,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가 포스코플랜텍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올 상반기 유상증자에 참여, 각각 209억원과 45억원 등 254억원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은 지난해말 565.0%에서 올 상반기말 345.6%까지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다소 개선됐다. 하지만 다시 지난달 1일에는 국내 수주계약 등 장래매출채권을 기초로 2년 만기 1000억원의 자산담보부대출(ABL)을 발행, 차입금은 다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무구조 악화로 수주경쟁에서 밀리게 된 포스코플랜텍은 이달 조선·해양사업을 접고 화공·철강플랜트 사업에 집중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 8월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1개월 무급휴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51억원 영업손실을 입은 포스코엠텍도 유사한 경우.

이 회사는 도시광산(희유금속)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회사 처분보다는 경영 정상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 5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포스코엠텍의) 지분 매각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회사를 원상복구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엠텍은 최근 임원 10여 명에게 일괄 사표를 받고 강원 영월 몰리브덴 제련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것으로 구조조정을 갈음한 상태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세청 세무조사로 391억원의 추징세액을 물게 돼 572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내는 등 실적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적자 누적 계열사의 존재는 앞으로도 포스코 전체 수익성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어 앞으로도 골칫거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권 회장이 지난 5월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투자비용을 지난해 8조8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줄인 5조6000억원으로 줄이고 2016년에는 투자 비용을 2조9000억원까지 낮추겠다고 밝히는 등 내실 경영에 몰입하고 있는 상황.

향후 포스코의 돈 지갑이 닫힐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부실 계열사는 앞으로 각자도생하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편 포스코는 그룹 전반적인 구조조정과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내년말까지 비부채 성격의 자금을 2조원 조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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