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현대차 그룹과 삼성의 '쩐의 전쟁'으로 주목을 받았던 삼성동 한전부지.

정몽구 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현대자동차그룹에게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안겨줬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입찰가가 당초 한전에서 제시한 감정가격보다 3배를 웃돌아 정 회장의 계산법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너무 과한 액수를 쓴 것이 아니었나'하는 우려섞인 파열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증명하 듯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전력 삼성동 본사 부지 낙찰자로 선정된 직후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낙찰가가 10조원을 웃돌아 당초 예상 금액보다 2배 이상이라는 게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반면 한국전력은 부지 매각으로 배당금 증가와 부채 감소가 기대된다는 전망에 힘입어 급등했다.

현대자동차는 18일 오후 1시42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21만8000원)보다 1만8500원(8.49%) 내린 19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나흘 연속 하락했다. 같은 시각 기아자동차는 5400원(9.15%) 내린 5만3600원에, 현대모비스는 1만9500원(6.99%) 내린 25만9500원을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한전 부지 인수가 현대차 주가에 단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 인수전에서 써낸 입찰가는 10조5500억원. 당초 한전이 제시한 감정가격 3조3346억원보다 무려 세 배가 넘는다. 장부가액(2조73억원), 공시지가(1조4837억원)과 비교해도 금액 차이가 크다. 현대차그룹측은 "그만큼 한전 부지가 절실했다"고 설명이지만 "삼성 참여에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나"란 우려섞인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10조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할 수 있었던 것은 한전 부지를 그룹의 제2의 도약을 상징하는 콘트롤 타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입찰방식이 최고가를 써내는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도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현대차가 내외부에 한전부지의 필요성을 호소하며 인수를 향한 강한 결의를 보인 것과 달리 인수전에서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인 삼성그룹은 입찰 마감 시한 직전까지도 쉬쉬하며 인수전 참가 여부에 대해 철저히 보안에 붙였다.

업계관계자는 "그러다 보니 현대차가 한전 부지를 가져갈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불확실성이 커졌고 결국 현대차는 어쩔 수 없이 거액의 현금을 지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한전 부지 인수가 단순 '돈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점에서 "10조면 비싸지도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와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사용처가 불명확한 반면 현대차는 사옥으로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다"며 "(한전 부지는) 시장가치로 볼 게 아니라 활용가치로 보는 편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는 한전 부지를 활용해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짓고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계열사와 임직원을 모두 한 곳에 모으겠다는 계획.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현대차의 복안을 계산해보면 지출이 과도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는 서울에만 30개 계열사, 1만8000명 수준의 임직원을 두고 있지만 양재 사옥의 공간 협소 문제로 계열사간 오가는 시간, 교통비 등 비용 낭비가 심각한 것을 감안하면 결코 액수로 평가받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한전 부지를 활용해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포함한 지역의 랜드마크로 육성하면 해외 관광객 입장료,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유무형의 부가적인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사가 토지를 매입한 것일뿐, 나중에 완공이 되고 각 입주 계열사가 시설에 투자할 계획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과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향후 개발비용으로 7조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보여 리스크가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대차가 유보금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팅액 10조' 정몽구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어떻게 평가될지 업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