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에 거액 인수대금 납입효과?

▲ 현대차, 10조 5500억에 한전부지 낙찰
[심일보 기자] “만약에 이 부지가 외국기업 소유였다면 이번 현대차의 통 큰 배팅은 치욕으로 남겠지요”

“故 정주영 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이번 낙찰에 어떤 말을 했을까요”

최근 SNS 오르내리는 ‘현대차 10조 통 큰 베팅’을 두고 ‘무리수냐, 신의 한 수냐’에 대한 의견들이다.

어쨌건 강남 최고의 '노른자 땅' 삼성동 한전본사 부지응 현대차 그룹에 안겼다.

한전은 18일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전력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 입찰 낙찰자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즈음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은 강남 마지막 금싸라기 땅을 낙찰 받은 후의 기쁨보다는 ‘초긴장’ 상태였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인수전 실무를 맡았던 관계자들이 비상 소집됐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 건설’이라 불렸던 용산 역세권 개발 때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써냈던 8조원 보다 더 많은 10조 5500억원의 액수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입찰 움직임에 대한 파악과 대응에 분명 잘못이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아직은 현대차 입장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10조 5500억원의 입찰액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최악의 선택’이었는지를 가리기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가 제시한 10조5,000억원은 3.3㎡(평) 당 4억3,879만원에 달한다. 이는 2011년 삼성생명이 한전 바로 옆에 위치한 한국감정원부지를 3.3㎡(평) 당 6,993만원에 구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6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의 투자관련 한 전문가는 “입찰가를 4조1,000억원 정도로 봤는데 초고층 건물 완공후 건물주가 부실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하지 않을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지가계산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미 현대차는 지난달 29일 입찰 공고가 나온 직후부터 인수에 대한 의욕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왔다. 공고 발표 직후 입장 자료를 배포, 한전 부지의 활용 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 내·외부에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한전 부지에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한전 부지를 통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인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에만 30개 계열사, 1만8000명 수준의 임직원을 두고 있지만 양재 사옥이 좁아 서울 각지에 계열사와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업무 활동에 애를 먹어왔다. 이 때문에 일사분란하고 신속한 경영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 계열사를 한 곳에 거느릴 수 있는 공간 확보가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오랜 숙원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한전 부지 입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한’ 이유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 대기업들의 투자 딜레마를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기업들이 투자 재원인 현금 유동성을 쌓아두고도 불확실한 대외 경제 환경에 각종 규제와 등으로 설비투자가 어렵고, 그렇다고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힘든 형국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땅 한전 부지를 낙찰 받은 현대자동차그룹 3개사의 현재 현금 동원능력이 30조원에 이르는 만큼 ‘통큰 투자’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인수가 공기업에 거액의 인수대금이 납입되는 만큼 국가경제로 파급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긍정적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충수’인가, 아니면 ‘신의 한 수’인가

고스란히 현대차 그룹의 몫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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