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신화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세자릿수는 물론 두자릿수 수익률을 얻는 것도 쉽지 않다. 예금 금리가 1%로 떨어진 상황이라 수익률이 이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다면 만족해야 할 정도다.

무작정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향도 사라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고수익은 곧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다. 위험은 그리 높지 않은 대신 '중박' 정도의 수익을 보장한다면 투자자들은 만족한다. 기업어음(CP) 및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수요가 많이 몰리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ELS 발행 크게 늘어

올해 들어 ELS 발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저금리 환경에서 그나마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 대상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동안 약 6조4483억원(1991건) ELS가 발행됐다. '연말 효과'가 나타난 지난 2013년 12월을 제외하면 월간 ELS 발행액이 6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모 ELS 발행 규모 역시 약 3조8000억원으로 지난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발행이 늘어난 것에 비례해 시중 자금도 속속 ELS로 몰려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8월 판매한 'ELS 제6513회'에는 투자 수요가 252억원으로 발행금액(200억원)을 넘어섰다. 'ELS 제6433회' 투자 수요도 120억원으로 발행금액(100억원)을 웃돌았다.

현대증권이 지난해 9월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9번째 상품을 선보인 'K-FI Global 시리즈'는 1년 만에 청약금액 기준으로 1조175억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K-FI Global 9호'인 '현대able ELS 771호' 청약 마감 결과 300억원 공모에 1038억원의 자금이 몰려 3.46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만기 1년에 최고 연 4%대 쿠폰을 제공하며 녹인(원금손실)이 되더라도 원금의 90%를 보장하는 구조의 ELS 상품이라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개인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기 때문에 이번 기록은 저금리 시대 고객의 니즈를 충족함으로써 달성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ELS와 연계돼 출시되는 상품도 다양해 졌다. ELS 랩, ELS 지수 펀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ELS 지수 펀드는 수익 구조가 유사한 ELS의 성과를 지수로 표시한 벤치마크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ELS에 분산 투자하는 '삼성 ELS인덱스펀드'를 내놓았다. HSCEI와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하는 13개 ELS에 투자하며, 특정 ELS 상환 조건을 충족할 경우 순차적으로 새로운 ELS를 편입해 운용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LS 솔루션 펀드'는 한국(코스피200), 중국(HSCEI 항셍중국기업지수), 유럽(EURO STOXX50) 등 3개 글로벌 기초지수를 바탕으로 20개 ELS에 분산 투자한다. 개별 ELS 투자와 달리 손실 상계처리 후 순수 이익에만 과세하기 때문에 ELS 간접투자의 절세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교보증권 김지혜 연구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저금리 추세가 지속됐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예금 금리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원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자 ELS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도 지난 200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90조원대를 회복했다.

MMF란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해 단기 실세금리의 등락이 펀드 수익률에 신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한 초단기공사채형 상품이다. 고객의 돈을 모아 주로 금리가 높은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콜 등에 집중 투자한 후 여기서 얻는 수익을 되돌려주는 실적배당상품이다.

기업어음(CP) 역시 '동양 사태' 이후로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기는 했지만, 신용등급 A2 이상의 우량 기업에만 투자한다면 연 3~4%대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증권사들도 '특판'에 치중

증권사들은 은행의 예·적금보다 금리가 조금 더 높은 특별판매(특판)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세이프 공모주랩'은 판매 개시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완판됐다. '신한명품세이프공모주랩'은 채권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은행예금+알파(α)'를 확보하는 한편 공모주 투자로 추가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공모주에 투자하는 만큼 가입에 제한이 있었는데, 고액자산가 위주로 많이 팔리면서 상품을 내놓자마자 매진됐다"고 말했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카드 사용금액에 따라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를 최고 5.8%까지 적용해주는 'CMA R+카드'를 출시했다.

전월 이용금액에 따라 1000만원 한도로 CMA 금리를 최대 4.8%까지 제공하며, 카드를 발급받은 달로부터 1개월까지는 이용금액과 상관없이 최소 3.5%의 금리를 적용한다. CMA금리우대 서비스와 함께 이용 시 최대 연 5.8%의 이자수입을 얻을 수 있다.

삼성증권이 저금리로 고민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특판 RP 이벤트에는 최근 한 달 동안 4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RP는 주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우량회사가 발행한 채권 또는 국공채 등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장기채권을 1~3개월 정도의 단기채권 상품으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일정 이자를 붙여 만기에 되사는 것을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이다.

삼성증권은 온라인으로 주식, 파생결합상품(ELS, DLS, ELB 등), 장외채권, 랩 등을 올해 들어 첫 거래하거나, 연금저축을 신규·이전 가입하면 6개월간 금리 연 4.0%의 특판 RP 가입 기회를 제공한다.

KDB대우증권은 올해 1월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과 채권 특판 상품을 매주 월요일마다 판매하고 있다. 1년 만기의 '특별한RP'는 연 4.0%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KDB대우증권의 김경식 상품개발실 파트장은 "경쟁사들은 이벤트 식으로 한도를 정해놓고 선착순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반해 대우증권은 매주 월요일 정해진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며 "월요일마다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1분만에 매진된다"고 설명했다.

KDB대우증권은 지난 7월 몽골 무역개발은행(TDB)의 양도성 예금증서(CD)에 투자하는 '골든브릿지TDB-CD사모증권투자신탁'를 내놓자마자 100억원의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이 상품은 초고위험 투자자들 대상으로 6개월 만기 연 5.5%의 수익을 추구한다. KDB대우증권은 이 달 안에 100억원 규모의 '골든브릿지TDB-CD사모증권투자신탁2호'를 판매할 예정이다.

동부증권과 KB투자증권 역시 연 4.0%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RP를 판매하고 있다.

동부증권의 연 4% 특판 RP는 연말까지 1000억원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오는 30일까지 ELS 및 ELB와 연계한 연 4% 고수익 특판 RP를 총 500억원 한도로 판매한다.

이번 고수익 특판 RP는 신규 및 기존, 개인 및 법인 고객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별도의 제한 없이 KB투자증권에서 발행하는 ELS 및 원금보장 ELB에 가입한 금액만큼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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