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휘날리는 태극기와 오성홍기
 "삼성의 위기는 두가지다. 하나는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이라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너무 빠른 속도로 돌진하고 있는 중국의 추격이다. 지금 삼성을 포함한 우리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느끼는 위협은 아마도 20년전 일본이 한국기업의 쾌속행진에서 느꼈을 공포감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10대그룹 주력계열사 핵심 임원)

'차이나 리스크'가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저가의 질 낮은 제품을 상징하던 'Made in China', '짝퉁'은 옛말이 됐다. 13억 인구의 위용을 자랑하는 중국은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토대로 미국과 함께 세계 'G2'로 올라섰다. 더 나아가 이제는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한국 기업들을 바짝 추격하며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가전, 조선 등 분야에서 강자였던 한국의 아성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다.

◇스마트폰·디스플레이·TV·가전 '맹추격'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가 자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은 그야말로 '쇼크'였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1499만1570대 판매, 점유율 14%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322만8430대를 팔아 12%의 점유율을 보였다. 3~5위 역시 중국 업체인 레노버, 위룽, 화웨이 등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샤오미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과 비교해 절반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온라인을 통해서만 휴대폰을 판매하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한정된 시간동안 휴대폰을 대량으로 방출하는데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또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세계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 레노버에 추월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저가를 포함해 모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의 맹추격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것.

더욱이 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2016년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 한국 기업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TV 분야에서도 국내 업체들에게 기회이자 가장 큰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2011년 기준 북미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디스플레이 시장으로 성장했다. 2011년 전세계 액정표시장치(LCD) TV 매출의 22.8%, 2012년 25.2%에서 지난해 29.4%로 비중이 늘어나면서 세계 TV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LCD 패널 산업 역시 글로벌 LCD 산업의 저성장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12년 매출액 기준으로 일본을 추월, 한국과 대만에 이어 세계 3위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부터는 일본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면서 한국과 대만을 바짝 뒤쫓고 있는 중이다.

TV와 가전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추격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 '세계 최초' 제품들을 선보이며 더 이상 '짝퉁'을 만드는 후발주자가 아님을 증명해냈다.

중국 TCL은 이 전시회에서 국내 업체들보다 앞서 110인치 곡면 초고해상도(UHD) TV를 선보였다. 특히 이 제품은 한국산이나 대만산이 아닌, 중국 차이나스타의 디스플레이 제품을 채용해 중국 업체들의 한층 성숙된 기술력을 보여줬다.

중국의 하이센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양자점(퀀텀닷·quantum dot) TV를 선보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퀀텀닷은 전류를 받으면 자체 발광하는 퀀텀(양자)을 주입한 반도체 결정으로, 퀀텀닷 물질을 필름에 적용하면 LCD의 색재현성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또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TV를 더 얇게 만들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으로 OLED와 함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TCL은 이번 가전전시회에서 UHD 영상으로 삼성전자, LG전자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HDMI 1.4(30프레임)에서 HDMI 2.0(60프레임)으로 방송규격을 업그레이드 해 주사율(화면재생빈도)을 높인 것. HDMI 2.0은 고해상도(3840X2160)를 지원해 기존 보다 자연스러운 UHD 영상을 제공한다.

지난해 HDMI 2.0을 지원하는 업체가 소니, 파나소닉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韓 아성 무너뜨린' 자동차·조선·철강

중국은 조선 분야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에 힘입어 2년 전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진 뒤 전통적 1위였던 한국을 계속 따돌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선박 수주량과 건조량, 수주잔량 등 조선업 3대 지표에서 모두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앞서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전후로 분석된다.

중국 기업들의 선박 건조 능력은 지난해 2140만CGT(수정환산톤수)로, 세계적으로 한국(29.5%)보다 앞선 39.4%다.

중국은 고부가가치의 해양플랜트,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도 세계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 뛰어드는 등 성장세를 뽐내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최대 국영 조선업체 중국선박공업집단은 지난해 말 1만8000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선박을 수주했다. 중국 업체들이 기존 저가 선박 물량을 집중 공략하던 데에서 벗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까지 발을 들인 것이다.

자동차 분야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기술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기차 분야는 한국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완성차 업체 1위인 상하이기차 등 5대 업체는 이미 양산 체제에 돌입, 이제 시범 운영을 하는 한국 업체들보다 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철강 분야는 오히려 한국 시장을 넘보고 있다. 올 1~5월 수입 철강재 비중 40.1% 중 절반이 넘는 23.4%가 중국산이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저가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고급강 제품도 점차 늘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외에 게임 산업에서도 중국은 적극적인 개발과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 과거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던 상황을 역전시켰다.

◇對중국 수출 3분기째 감소세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 중국 수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 중국 수출은 한·중 수교 이후 지난해까지 22년 동안 아시아 외환위기(1998~1999년)와 미국 IT버블 붕괴(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를 제외하면 대체로 연평균 21.0%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이후 둔화세를 보이던 중국 수출은 올 해 5월 이 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올 1~7월 수출액은 814억 달러로, 수출증가율은 5월 -9.4%, 6월 -1.0% 7월 -7.1%로 3개월째 계속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차례대로 7.0%, 7.2%, 14.5%의 증가세를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 같은 기간 중국의 수입 증가세 둔화로 대만과 함께 가장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품목별로는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전자응용기기, 석유화학중간원료, 석유화학합섬원료, 플라스틱 등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연속 6개월 감소세를 나타냈던 2012년엔 미국·일본·EU·ASEAN 등에 대한 전체 수출이 감소했지만, 이번엔 대체로 수출이 증가하거나 감소세가 둔화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 수출만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어서 심상치 않다.

이같은 부진은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제품과 평판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분야가 중국의 공급능력 및 기술력 향상, 세계 공급과잉 등으로 수출지수가 크게 악화된 탓이다.

원-위안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원화 강세)하면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1월28일 179.25원까지 올랐던 위안화 대비 원화 환율은 7월4일 162.52원으로 9.3% 떨어졌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세계경기 회복기에 중국 수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올 해가 처음"이라며 "첨단 부품소재 개발과 고급 소비재 분야 육성, 무역방식 다양화 등의 전략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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