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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의 노년에 가혹한 삶 '전락'
김홍배 기자  |  klmhb@sisaplu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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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28  14: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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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락, 책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81)의 서른 번째 책이다.

미국에서 2009년 발표된 작품이다. 작가의 전작 '에브리맨'(2006년) '유령 퇴장'(2007)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이 든 남자 주인공을 통해 노년의 가혹한 삶을 가차 없이 묘사했다.

"무너져내리는 인물을 연기할 때 거기엔 체계와 질서가 있다. 그러나 무너져내리는 자신을 지켜보는 건, 자신의 종말을 연기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일이다."(14쪽)

작가는 부모의 죽음에 괴로워하다가도 무대에서는 빛을 발하던 미국 연극계의 전설적인 존재인 천재 배우 '사이먼 액슬러'의 가혹한 삶을 그린다. 자신의 전부같았던, 연기 법을 잃어버리고 휘청 되는 노년이다.

"마흔 살이 된 페긴 마이크 스테이플퍼드와 예순다섯 살의 액슬러가 연인이 된다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특히 페긴이 스물세 살 이후 레즈비언으로 살아왔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아침마다 잠에서 깨면 전화 통화를 하고 한가한 시간에는 그의 집에서 함께 있고 싶어 하게 되었다."(54쪽)

'액슬러'의 삶에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하지만 잠깐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하는 부모 앞에서 갈등하는 '페긴', 그런 '페긴'을 바라보며 '액슬러'는 불안에 떤다. 불안은 현실이 되고 '액슬러'는 마지막 연기를 준비한다.

"남자가 가는 길에는 수많은 덫이 깔려 있었는데, 페긴이 그 마지막 덫이었다. 그는 허겁지겁 그 덫에 발을 들였고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포로처럼 미끼를 물었다. 파국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사실을 그는 마지막에야 알았다."(140쪽)

'유령 퇴장'에서 자신의 작가적 분신 '네이선 주커먼'을 퇴장시킨 작가는 2012년 절필을 선언했다. 생에 대한 작가 특유의 비정한 통찰과 집요한 사유가 드러나는 '전락'에서 작가 자신이 오버랩되는 이유다.

'전락'은 영화배우 알 파치노와 감독 베리 레빈슨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분에서 상영됐다. 152쪽, 1만15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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