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전시관 하이라이트존
올해 CES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의 '맹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삼성과 LG의 전시부스는 가장 화려했으며, 하루 종일 발 디딜 틈 없이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유난히 시선을 붙잡는 곳이 또 있었다. 바로 중국 업체들의 전시관. 하이센스와 하이얼, TCL, 창훙 등의 중국 업체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일제히 곡면(커브드) 초고화질(UHD) TV를 선보이며 한국 기업들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곡면 TV는 지난해 1월 CES 2013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당시 삼성과 LG는 나란히 55인치 곡면 올레드(OLED) TV를 선보였다. 또 9월에는 IFA 2013에서 삼성전자가 55·65인치 곡면 UHD TV를, LG전자는 세계 최대 크기인 77인치 UHD 곡면 OLED TV를 공개했다. 불과 1년만에 중국 업체들이 앞다퉈 다양한 사이즈의 곡면 TV를 대거 선보인 것이다.

하이얼은 55인치 곡면 OLED TV와, 65인치 곡면 LED TV를 부스 전면에 내세웠다. 또 다른 중국 업체인 하이센스는 65인치 커브드 LCD TV를 전격 선보였고, TCL도 65인치 곡면 UHD TV를 공개했다. 콩카 역시 4K UHD TV를, 창훙도 곡면 UHD TV를 들고 나왔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곡면 TV는 국내 제품보다 두껍고 휘어진 정도도 덜해 완성도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삼성과 LG전자의 경우 곡률이 4200~5000R 수준이지만, 중국 제품들의 경우 6000R 정도의 곡률을 가지고 있었다. 곡률이란 곡선이나 곡면의 각 점에서의 구부러진 정도를 표시하는 값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더 많이 구부러져 있음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국의 전 업체들이 UHD TV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며 "그러나 화질이 풀HD 수준으로 뒤떨어진데다 곡면 TV의 곡률도 6000R 정도에 불과하다"며 "추격해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기술력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평가는 중국이 여전히 카피캣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지만 결코 저평가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불과 1년 만에 LCD와 OLED를 넘나들며 다양한 사이즈의 곡면 TV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국내 업체와 중국 업체들간 기술력 격차에서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제품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도 중국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CES를 기점으로 국내 업체들이 보다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지나친 '베끼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 업체가 공개한 에어컨은 바람이 나오는 송풍구 부분이 동그랗게 디자인된 LG전자의 에어컨과 거의 똑같았고, 다이얼을 중앙에 배치하는 LG전자 세탁기 특유의 디자인도 복제된 채 전시장에 나왔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중국·대만 업체들이 생각보다 저평가돼 있는데 LCD 시장에서 많이 쫓아왔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역시 "중국은 광활한 자국시장에 대한 전략을 우선 기본 바탕으로 깔고 나오기 때문에 플랫폼이나 제품을 자국에 맞추다 보면 글로벌화에서는 시간이 좀 걸린다"면서도 "하지만 속도의 차이일 뿐 중국도 결국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한국 업체들도 일본 제품을 따라한 적이 있었고 (일본의)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핵심 기술과 프리미엄 이미지, 디자인·특허 등록 강화로 중국 업체들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CES에서는 또 일본 업체들의 '부활' 가능성도 제기됐다.

'엔저'로 비축한 체력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듯 소니와 도시바, 샤프 등의 일본 업체들은 이번 CES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TV 분야에서는 삼성과 LG전자처럼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놓진 않았으나, 화질 등 기본기에 충실한 제품들로 내실을 다졌다. 일본 소니는 UHD TV라인업을 3개 시리즈 9개 모델 확대했고, 도시바는 105인치 5K(5120×2160) UHD TV와 65인치 곡면 UHD TV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샤프는 8K 무안경 3D UHD TV와 더불어 HD와 UHD 사이의 쿼트론 플러스 기술을 적용한 '쿼트론 플러스 TV' 시리즈를 공개하며,"콰트론 플러스는 TV 시장 게임의 법칙을 바꿀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무엇보다 일본 업체들의 전시관에서는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혁신' 제품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소니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인 '스마트 아이글래스'를 깜작 공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또 테니스를 칠 때 스윙 속도, 공의 움직임 등의 정보를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 '테니스 센서', 사용자의 움직임, 취향 등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스마트 밴드' 등 혁신형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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