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자문 Bill 플러스 회장
향후 경기 전망에 근거해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다시 말해 경기나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 같고, 이에 따라 주식 시장이 이렇게 될 것 같으니 나는 어떤 주식을 사거나 팔겠다는 것이다. 이런 투자법을 톱다운(Top-down) 투자라고 한다.

톱다운 투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인물로는 조지 소로스를 꼽을 수 있다. 유태계였던 탓에 독일 나치의 박해로 목숨을 겨우 부지한 그는 1969년 미국에서 1만 달러(약 1000만원)로 퀀텀펀드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했는데, 20년 후에 이 자금을 2100만 달러(약 210억원)로 불렸다. 수익률 2100%. 이 기록을 세운 투자자는 인류 역사상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는 자신의 투자법을 재귀성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재귀성 이론에 따르면 주식 시장은 기업의 수익이나 경기 전망, 그리고 투자자들의 지배적 편견에 의해 영향을 받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현실에 근거한 추세와 그 추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오역 또는 편향된 생각에 따라 주가가 변동하고 시장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 시장의 추세를 알아차린 시장 참여자들의 편향된 기대로 인해 추세는 점점 강화돼 주가가 과도하게 고평가되는 거품이 형성되는데, 이런 추세는 현실과 편견의 간극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때까지 이어지다가 결국 현실과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균형점으로 회귀한다.

조지 소로스는 균형점으로 돌아가려는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해 수익을 낸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다보니 그를 추종해 주식을 사고파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투자해서 실제로 수익을 냈다는 분을 나는 단 한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다. 왜 그럴까?

거시 경제를 맞추려고 할 경우 조사해야 할 변수가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보면 궁금증은 쉽게 풀린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1년 후 경제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조사해야 할 변수를 나열해보면 경상수지, 환율, 금리,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제조업 지수, 민간소비증감률, 도소매업지수, 건설수주액 등 얼추 꼽아도 수십개가 된다. 어쩌면 버락 오마바 미 대통령이 식사 때 즐겨 먹는 음식이 뭔지도 조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통계학적으로 변수가 30개가 넘으면 예측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한가지 변수를 맞출 확률이 90%일 경우 이들 30가지 변수의 조합의 성공 가능성은 4.2%다.

경제 예측은 이처럼 변수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한들 어차피 맞추기가 힘들다. 조지 소로스 같은 인물이 인류 역사상 손꼽을 정도로 극소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이 조지 소로스처럼 타고난 통찰력이 있다면 거시 경제에 근거한 투자를 해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이 방법은 재고하는 것이 현명하다.

향후 주식 시장이나 경기를 예측하는 것에 조심하고 겸손하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 지수가 1000포인트로 폭락하자 더 떨어진다고 했던 이른바 전문가들의 예측이 훗날 어떻게 됐는지를 복기해보라.

향후 경제 흐름이나 경기에 관해 '길게 보면 자본주의 역사는 발전해왔고, 주식 시장도 여기에 맞춰 상승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는다. 개인의 탐욕, 성취욕, 경쟁을 장려하는 체제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

경기 예측은 이쯤 해두고 기업 분석에 집중하는 것이 성과를 가져온다. 기업 분석은 경제 분석에 비하면 분석해야 할 변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대단히 높다. 워렌 버핏을 비롯한 가치투자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그렇게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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