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진 질문 듣는 탕웨이
"시나리오 자가와 회의를 했다. 배우의 눈빛과 분위기, 움직임, 표정, 전체적인 연기력을 고려했을 때 탕웨이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샤오홍'을 연기할 수 있는 탕웨이가 유일했다"(영화 '황금시대' 쉬안화 감독)

역시 탕웨이(35)였다. '황금시대'에서 주인공 '샤오홍'을 연기한 그는 쉬안화 감독의 말 그대로 '샤오홍'이 돼 있었다. 태생적으로 슬픔과 외로움을 가진 눈빛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였고 기품 있는 움직임은 격동기에도 자신을 잃지 않은 자존심 강한 작가의 모습 그대로였다. 움직임과 표정은 우아했다. 탕웨이가 눈물 흘릴 때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보였다.

샤오홍은 31세의 나이에 요절한 중국의 천재 작가다. 1920~30년대 정치적 격동기를 살아내 그는 10년의 세월 동안 10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마저도 생전에 그의 재능을 인정했다.

그러나 짧은 생은 평화롭지 않았다.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림받고 아이를 잃었다. 그가 평생 사랑한 남자 '샤오쥔'(풍소붕)은 샤오홍의 재능을 질투했다. 샤오홍과 샤오쥔의 아이는 태어난 지 나흘 만에 죽었다. 그의 삶은 대중의 가십이 돼 그를 괴롭혔다. 홍콩의 한 병원에서 쓸쓸히 숨졌다.

'황금시대'는 이런 인물을 다뤘다. 한 인물의 특정 시기나 특정 사건을 다루는 일반적인 전기영화가 아니다. 샤오홍의 삶 전체를 그렸다. 연기자는 온전히 샤오홍이 되지 않으면 배역의 무게감을 견디기 힘들다.

탕웨이는 말 그대로 온몸으로 샤오홍을 연기했다. 한국 관객의 뇌리에 깊이 자리한 '만추'(감독 김태용)에서의 연기를 뛰어넘는다.

극 중 샤오홍은 어린 시절 자신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할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샤오홍이 숨을 거둘 때 삽입되는 장면은 할아버지와 꽃을 따는 모습이다. 탕웨이는 "나 또한 부친과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자랐다"며 "샤오홍의 이런 점이 나와 닮아 있어 연기하기가 조금은 수월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의 샤오홍은 개구쟁이로 그려진다. 이런 점 또한 탕웨이는 자신과 닮은 점이라고 했다. "직설적이고 자유로운 샤오홍의 모습이 저와 닮았어요. 어린 시절의 성격이 샤오홍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평생을 자유롭게 살았으니까요."

탕웨이가 샤오홍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는 탕웨이와 샤오홍 모두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샤오홍은 평생 글을 쓴 사람입니다. 글 쓰는 걸 사랑했어요. 갈망했습니다. 저는 배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영화와 연기는 제게 꿈이자 신앙입니다. 연기를 사랑하고 평생 연기를 할 겁니다."

샤오홍은 당시 중국에서 찾아볼 수 없던 신여성이었다. 샤오쥔과 두원만과 얽힌 그의 로맨스는 늘 동료 문인과 독자들의 화젯거리였다.

쉬안화 감독은 샤오홍을 단순히 작가로만 그리지 않았다. 격변의 시기를 살아낸 한 여성으로 표현했다. 힘든 시기를 함께했지만, 결국 영원히 헤어지고만 샤오쥔과의 사랑을 중심 이야기로 다룬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탕웨이에게 결혼 생활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그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만추'의 김태용 감독과 결혼했다.

탕웨이는 "태용(김태용 감독)을 만난 건 행운이다. 매우 행복하고 영화로도 더 교감하고 싶다"고 했다.

'황금시대'는 러닝타임만 세 시간에 달한다. 극장이 아니라면 보기 쉽지 않다. 영화적 경험이 많지 않은 관객이라면 지루할 수도 있다. 아무리 거장 쉬안화 감독이 연출하고 스타 탕웨이가 출연한다고 해도 투자를 받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탕웨이는 "중국 영화가 많은 발전을 하고 있지만, 상업영화에만 국한된 측면이 있고 문예적인 작품을 만들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래서 '황금시대' 같이 쉽지 않은 작품에 돈을 투자한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한국 관객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환호에 대해서도 그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행운입니다. 저는 단지 저 자신을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여자입니다.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한국 팬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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