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속인 심진송
‘신령’ 실리면 손님이 찾는 사람 눈 앞 에 떠올라

심 진송은 신령들로부터 비단 이 같은 전이현상 뿐만 아니라 어떤 사물에 대한 ‘영상’까지도 전달받는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로선 도무지 믿기지 않는 허황된 얘기 같지만, 내게는 일상의 일처럼 일어나는 현상들이에요. 예컨대 어느 집에서 귀중한 물건을 도난당했는데, 백방으로 찾아봐도 누가 가져갔는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고 답답해 하며 저에게 물으러 오지 않습니까? 그럴 때 신당에서 제게 영(靈)이 실리면 훔쳐간 사람의 얼굴이 몽타주처럼 눈앞에 떠오르는 거예요. 머리는 고수머리, 입술은 두터우며 눈썹 끝이 위로 치솟고 하면서 몽타주 그리듯이 얼굴상을 설명해 주면 손님들은 모두들 의아해하지요, 마치 내 앞에 훔쳐간 사람이 마주 앉은 것처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니까 그렇죠.”

심 진송은 신령으로부터 영상을 전달받을 수 있는 초능력 때문에 남자들의 바람기를 잡아 주는데도 큰 몫을 해낸다는 것이다.

“제가 부부 갈등을 해소하는 점을 잘 본다고 소문난 것도 남편의 세컨드를 잘 떼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행동이 최근 들어 이상해졌고,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다며 하소연하는 가정주부들이 자주 찾아오거든요. 그런데 그런 아내들의 대부분은 남편의 이중살림에 대해 ‘심증’은 가는데 ‘물증’을 못 잡아 더 애가 타고 속을 썩이잖아요. ‘남편의 정부가 누군지만 안다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해결할 텐데…’하면서 한 숨을 내 쉬는 주부들이 찾아오면 우리 신령님, 특히 할아버지가 가만있지 않아요. 내 눈앞에 그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모습과 상대의 얼굴이 확연히 떠오르거든요. 어떨 땐 상대 여자가 쌍꺼풀이 있는지 없는지 까지 형상으로 나타나요. ‘신비의 세계’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저 여자가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나 아니꼽게 보시기도 하고, 심지어 ‘혹세무민’이라고 흥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이현상은 무속(巫俗)에선 능히 가능한 일이거든요.”

기도 하면서 신령들과 주파수 맞춰 계시 받아

외국에 사는 손님들이 찾아오면 서양식으로 앉아서 점을 보고, 관절염을 앓는 사람과 마주하면 무릎이 쑤셔오며, 화장품가게를 하는 손님이 오면 향수냄새가 풍기는 등의 ‘전이현상’은 심 진송과 신령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영적인 교감과 같은 것이다.

무속인과 신령 사이에서 이뤄지는 영적 교감은 특수 주파수를 가진 ‘케이블 TV'원리처럼 회로가 연결돼야 서로 통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로선 전혀 감지할 수 없다고 한다.

심 진송의 경우는 이른바 ‘신내림’을 통해 회로가 연결돼 있으므로, 기도를 하면서 주파수만 맞추면 신령들의 계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신령들과 심 진송 간의 ‘전이현상’을 가능한 일이라고 수용할 때도 몇 가지 궁금증이 떠오르게 된다.

첫째는 신령들과의 영적 교감을 하는 주파수가 이따금 변동되지는 않는가, 둘째 한꺼번에 여러 신령들로부터 각기 다른 ‘전이현상’이 오는 경우엔 어떻게 그것을 수용하는가, 그리고 신들의 예시가 빗나갈 때는 없는가?

이 같은 일반인들의 궁금증에 대해 심 진송은 자신의 예를 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신령님들이 다달이 바뀌어 점괘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럴 땐 주신(主神)이 나타나 교통정리를 해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천방지축’혼란스럽죠. 제 경우엔 모든 것을 사명대사 할아버지가 관장하고 있으므로 변동 사항이 없는 겁니다. 또 신령님들로부터의 전이현상도 사명대사 할아버지께서 ‘정리’ 해 주기 때문에 ‘혼선’이 일어나지 않아요.”

심 진송은 신령에 대한 제사나 굿을 할 때의 의식도, 자신이 모시는 신령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굿을 할 경우 그녀가 할아버지로 생각하는 사명대사를 부를 땐 도포에 갓을 쓰고 행사를 치르며, 관운장 등 장군신이 올 때는 신당에 걸어 놓은 갑옷과 투구를 쓴다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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