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자문 Bill 플러스 회장
지금까지 나의 칼럼을 읽은 분이라면 가치투자에 어느 정도 흥미를 갖게 됐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이 생길 수도 있겠다.

'도대체 가치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부가 필요한가? 나는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성공 투자에 필요한 지식을 쌓는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이 질문과 관련, 워런 버핏은 해답을 제시한 적이 있다. 버핏은 자신의 옛 직장 동료이자 투자 대가인 월터 슐로스를 인용하면서 "누구나 자신의 경력과 무관하게 노력 여하에 따라 성공 투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슐로스는 1955년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조합을 설립, 이후 50여년 간 비용을 공제하고 16%의 연평균 수익률을 거둔 인물이다. 비용을 공제하지 않은 투자조합의 연평균 수익률은 21%에 달한다. 슐로스는 대학을 다닌 적이 없고 정식으로 경영학을 공부해 본 적이 없으면서 이런 기록을 만들어 냈다. 슐로스는 1916년 뉴욕의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는 18세에 돈을 벌기 위해 월스트리트에서 사무 보조원으로 일하면서 투자의 세계에 입문했다.

슐로스는 미국 월가의 매니저들이 투자 업무를 하는 것에 자극받아 벤저민 그레이엄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야간 강좌로 개설한 투자 강좌에 다니며 투자 지식을 쌓았다. 슐로스는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미 육군으로 4년간 참전해 돈을 모았고 다시 월스트리트로 돌아왔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1950년대 중반 그레이엄이 운영하는 그레이엄 뉴먼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슐로스는 이 회사에서 워런 버핏과 함께 일했다.

1955년 그레이엄이 '그레이엄 뉴먼'의 문을 닫기 1년 전에 슐로스는 투자자 19명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모집해 투자조합을 만들고 투자에 나섰다. 그는 운용보수를 받지 않았으며 수익의 25%만을 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는 수익을 내지 않았는데도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는 것은 양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운용보수가 없다 보니 그는 연구원도, 비서도 없이 혼자 골방이나 다름없는 허름한 맨해튼의 사무실에서 자금을 운용했다. 돈이 낭비되지 않도록 아끼고 아낀 것이다. 슐로스의 부인 안나는 "남편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저녁이면 방을 돌아다니며 불이 꺼졌는지를 확인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후 50년간 슐로스는 비용을 공제하고 16%의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은 10%였다. 투자조합의 전체 연평균 수익률은 21%였다. 이 기간에 그를 엄습한 17차례의 불황과 경기침체를 이겨내고 이룩한 기록이었다. 1960년에는 S&P500지수 상승률이 0.5%에 불과했지만 슐로스는 비용을 공제하고 7%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8년 11월 슐로스를 다룬 특집에서 "슐로스가 17번의 경기침체와 불황을 이겨내고 놀라운 수익을 거둔 이유는 오로지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고르는 일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신문은 "슐로스는 지금도 컴퓨터를 가져 본 적이 없으며 우편으로 배달되는 기업 정보를 직접 뒤지면서 주식을 고르고 있다"고 전했다.

슐로스는 2003년에 다른 사람의 돈을 관리하는 업무를 그만두었고 이후 자신의 돈만을 관리했다. 그는 2012년 9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타계할 당시 그는 억만장자였다.

워런 버핏은 슐로스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슐로스는 다른 사람들의 돈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손실에 대한 거부감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그는 매우 성실하며 자신에 대한 현실적인 상(像)을 가지고 있다. 돈은 그에게 현실이며 주식 또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안전마진 원칙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슐로스의 경우를 보면 성공 투자에 이르는 과정에 학력이나 경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성공한 가치투자자는 학력이나 경력과는 무관하다. 현명한 투자자의 현명한 투자법을 받아들여라. 주식 투자에서 모른다는 것은 나쁜 것이다. 그런데 더 나쁜 것은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가치투자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주식을 평가할 수 있는 투자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성공 투자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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