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혐의 ‘거짓말’ 한 이천수, 선수 생명 위기 처해

 

‘폭행시비’에 휘말린 국가대표 출신 프로축구 선수 이천수(32·인천 유나이티드)가 마지막으로 주어진 선수 생명의 기회마저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 16일 이천수를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천수는 지난 14일 새벽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술집에서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구단을 통해 “아내 등 3명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A(29)씨가 시비를 걸어 테이블 위의 술병을 쓸어내렸다”며 “A씨를 때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를 때리고 휴대전화기를 부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천수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구단에 대해 좋지 않은 말로 시비가 붙어 몸싸움은 했지만 술에 취해 폭행 등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또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던 아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해명한 내용과는 정반대로 ‘거짓말’이 만천하에 들통 난 것이다.
앞서 이천수는 지난 14일 오전 0시45분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 술집에서 다른 손님 A씨를 때린 혐의로 신고 된 바 있다.
A씨는 이천수가 뺨을 때리고 휴대전화와 맥주병을 던졌다고 주장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천수는 손에 피를 흘리고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천수(32·인천 유나이티드)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천수는 사건이 보도되자마자 소속팀인 인천 유나이티드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다. 인천 유나이티드 관계자는 “이천수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당시 정황을 확인해본 결과 언론 기사에 나온 것과 같은 폭행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음주 폭행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14일 오전 이천수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쟁점이 되고 있는 폭행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단순시비’는 맞으나 ‘폭행시비’는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천수는 아내 그리고 지인과 함께 술자리를 갖고 있었으며 그 와중에 인근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 A씨가 이천수에게 시비를 걸어왔다”며 “이천수는 소란이 커지기 전에 자리를 피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분노가 극에 달한 그가 스스로 맥주병을 깬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천수는 손님 A씨를 향해 맥주병을 집어던진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A씨를 향해 맥주병을 던졌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봤으나 이천수는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해했다”며 “이천수는 A씨가 계속해서 시비를 걸어왔고 도저히 화를 참지 못해 분풀이를 하는 과정에서 맥주병을 깼다고 말했다. 손에 입은 상처도 이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천수는 만약 자신이 A씨를 폭행하고 맥주병을 던진 것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현행범으로 체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경찰이 왔을 때 이미 A씨 일행은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이천수는 경찰이 구급차를 불러주려 했지만 직접 택시를 타고 병원에 들러 치료를 받았고 이후 집으로 귀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천수의 이 같은 해명에 모두 그를 믿는 분위기였다. ‘그라운드의 악동’으로 불리며 구설에 자주 올랐던 이천수이지만 이번에는 아내와의 동석·진정성이 엿보이는 해명으로 팬들에게 오해를 푸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망을 안겨줬다. 사건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혐의가 명확할 경우, 이천수는 사실상 선수 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 유력하다. 한편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당시 이천수로부터 뺨을 2대 맞았다”며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수가 폭행과 관련해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술집 여주인을 폭행한 혐의로 고소된데 이어 2009년에는 프로축구 전남드래곤즈의 코치진과 폭행 시비를 빚었다.
경기 중에 노골적인 불만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경우도 상당하다. ‘축구천재’인 동시에 ‘그라운드의 악동’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다.
이번 폭행 혐의와 거짓 해명은 주는 충격이 이전보다 훨씬 강하다. 이천수는 축구계와 팬들이 준 마지막 기회마저 음주와 폭행·거짓말을 통해 실망으로 되돌려주는 경우가 된다. 이천수는 전남에서 뛰던 지난 2009년 항명 및 무단이탈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임의탈퇴 신분이 됐지만 축구계 인사들과 팬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임의탈퇴를 철회, 4년 만인 올해 2월 인천으로 복귀해 가까스로 다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인천 구단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공식적인 구단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사장(결정권자)이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면 그때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던 이천수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2006년 독일월드컵 등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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