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예상과 달리 유임됐다.

업계에서는 "양사 합병이 무산되면서 순조롭게 진행됐던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첫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양사 수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이를두고 "예상 밖의 생존에 양사 합병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전망이 솔솔 흘러 나온다.

삼성그룹의 인사 기조는 '신상필벌'이다.

박중흠 사장과 박대영 사장은 각각 지난해 8월, 지난 2012년말 회사 체질개선이라는 임무를 받고 취임했지만 회사를 부진의 늪에서 건져내지 못했다.

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수장인 최지성 부회장이 순조로운 합병 추진을 위해 주문한 주가 관리도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박중흠 사장과 박대영 사장은 지난 9월부터 투자자 대상 기업 설명회를 열고 육상과 해양을 아우르는 종합 플랜트회사로 변모, 조선·건설 업황 부진을 탈출한다는 청사진을 내걸었지만 업황 부진으로 양사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둘 다 죽을 수 있다'는 우려만 낳았다"고 평가했었다.

합병 발표 이후 곤두박질치는 주가를 잡기 위해 삼성중공업이 28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고 박중흠 사장과 박대영 사장이 사재를 털어 주식을 매입했지만 시장의 불신을 털어내진 못했다.

그결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됐고 삼성그룹이 추진한 사업구조 재편 작업 가운데 첫 실패 사례가 됐다. 양사 합병 이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던 건설·플랜트 부문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건축·플랜트 사업 재편도 멈춰섰다. 이정도 '과'라면 문책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업계는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박중흠 사장과 박대영 사장의 예상 밖 유임을 놓고 상반된 의견이 내 놓고 있다.

"조선·건설 업황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합병을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합병 작업을 이끈 두 수장을 유임시켰다"는 관측이다.

실제 박중흠 사장은 합병 발표 이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날로 격해지는 경쟁 환경에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도 합병 무산 이후 해당사 관계자들은 "해양플랜트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두 회사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은 지속될 예정"이라고 밝힌 후, "합병 재추진 여부는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하여 재검토하겠다"며 여지를 남겨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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