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이 어떻게 그렇게 후딱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마당놀이를 관람하고 나오는 어느 여성의 말이다.

10일 개막한 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는 '마당놀이'라는 한국 특유의 공연 장르가 4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노래와 춤, 연기와 연주가 하나로 어우러져 코앞에서 흥겹게 펼쳐지는 공연에 장유(長幼)가 뒤섞인 객석은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마당놀이는 1981년 시작돼 30년 동안 2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0년 30주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았다.

원래 마당놀이는 '천막극장'에서 펼쳐졌다. '심청이 온다'는 첫 극장식 마당놀이다. 천막을 1500석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끌고 들어왔다.

천막 대신 약 가로 1m, 세로 11m 높이의 수십개 천으로 전체 객석을 감쌌다. 무대는 물론 2층 객석까지 이 천으로 도배했다. 천은 스크린으로도 활용된다. 심청이 용궁에서 용왕을 만나는 장면에서 물방울이 피어오른다.

2층을 비운 대신 무대 위에 900석 가량의 가설 객석을 세웠다. 관객들은 뛰노는 배우를 바로 옆에서 실감나게 지켜볼 수 있다.

이번 공연은 '마당놀이'를 탄생시킨 원조 드림팀.

손진책 연출을 비롯해 작곡 박범훈, 안무 국수호, 극본 김지일, 각색 배삼식 등 마당놀이 신화를 만들었던 원조 제작진 그대로다.

그럼에도 '마당놀이의 세대교체'라 할 만큼 신선하다. 주인공들의 성향은 '심청전' 뼈대를 따왔다. 하지만 각자 할 말은 다한다. 심청이는 자신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고 외치고, 여자 좋아하는 '심봉사'는 능글능글 맞다. 뺑덕은 그런 심봉사의 과대포장, 허위광고에 낚여 속아 넘어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옛날이 배경이나 소재와 이야깃거리는 현대적이다. 아이피 추적,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수시로 언급한다. 전국의 봉사들은 한양에 모이라고 공고하는 포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심청을 점지해주는 선녀는 와이어를 타고 등장하다.

특히 현실 풍자가 번뜩인다. 심봉사는 밥상을 차려온 심청에게 "땅콩은 접시에 담아왔느냐", 객석의 여성 관객에게 접근하는 자신에게 뭐라 하는 아내 곽씨 부인에게 "대낮 골프장에서 딸 같은 여성을 콕콕 찌른 것도 아니고"라고 말한다.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관현악단 등 국립극장 전속 단체들의 협업은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진다. 화려한 춤과 의상은 눈을 홀리며 국립관현악단의 연주는 현대 대중음악 못지 않게 리드미컬하다.

인터미션이 없어도 러닝타임 2시간20분이 훌쩍 간다. 개막날인 10일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등의 스태프와 함께 일반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고사를 지냈다. 극 막판에는 무대와 객석의 구별이 사라진다. 심청과 결혼하는 임금은 마지막에 말한다. "자기 인생을 살되, 남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라." 서로의 흥을 돋우면서 한바탕 어우러지는 '마당놀이'에 제격이다.

국립극장은 오는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의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마당놀이는 ‘넓은 마당에서 벌어지는 민속놀이’를 이르는데, ‘심청이 온다’는 한정된 무대공간에서 공연을 시도, 새로운 마당놀이의 형식에 팬들의 기대가 크다. 3만~7만원. 국립극장. 02-2280-4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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